거꾸로 교실 – 교육이 바뀌니 아이도 바뀐다

 

‘저요~ 저요~’

학창시절 선생님이 손을 들고 발표하라고 하면, 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무척 부끄럼쟁이여서 인지 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당시 한 반에 손을 드는 학생은 한 두명, 많아야 서너 명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아마 이 글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이 저처럼 손을 잘 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에 광주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뭔가 짜기라도 한 듯 서로 손을 들고 발표를 하려고 하더군요.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영광 불갑초등학교

먼저 찾아간 곳은 광주 인근의 영광 불갑초등학교입니다. 불갑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이곳에서 5학년을 맡고 있는 박영민 선생님과 반 아이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5학년은 총 8명입니다. 교실로 들어서니 아이들은 3명, 3명, 2명씩 조를 이뤄 앉아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보관함에서 아이패드 미니를 조별로 하나씩 꺼내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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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업에서 배울 내용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 이었는데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아이튠즈 유를 열어보라는 합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익숙하게 아이튠즈 유를 실행하고, 오늘 배울 내용을 살펴봅니다.

아이튠즈 유는 애플이 만든 온라인 교육 플랫폼입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도 아이튠즈 유에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요. 아이튠즈의 일부분이었던 아이튠즈 유가 2012년 2월 독립 앱으로 나오면서, 선생님이나 강사들이 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튠즈 유를 직접 활용하는 이를 직접 본 적이 없었는데요. 지방은 작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정규 교과 과정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참 신선한 부분이었는데요.

아이들이 접속한 아이튠즈 유에는 3가지 미션이 있었습니다. 이 중 한 가지 미션을 해결하는 것이 수업의 주 내용이었는데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에서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공부해서 직접 문제를 풀어봐야 합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소 딱딱한 수학이라는 과목에 재미를 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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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칠판에 써가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도록 유도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 한명 한명을 살피면서 아이들이 벽에 부딪힐 때 직접 생각하고 대답을 끌어내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션은 1차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1차 미션을 끝내고 나온 해답에는 2차 미션이 들어 있었는데요. 2차 미션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에 관한 주제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는 각 조의 아이들이 서로 의논해 정했습니다. 동영상을 제작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은 SNS에 올리고, 미래교실네트워크 같은 커뮤니티에도 올립니다. 교실 안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교실 밖까지 교육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민 선생님 인터뷰

 

광주 한울초등학교

불갑초등학교는 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한울초등학교는 도시에 있는 일반적인 규모의 학교였습니다. 여기서도 5학년 아이들을 만났는데요. 담임은 장지혁 선생님이었습니다.

한울초등학교에서의 기본적인 수업 스타일은 불갑초등학교와 비슷했습니다. 칠판에는 일체 아무것도 적지 않으며, 조별로 나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날은 ’여행 상품 개발하고 홍보하기’란 주제로 진행한 수업의 마지막 과정으로 지금까지 만든 상품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별로 상품에 관해 설명할 사람을 정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다른 조의 상품을 들어보고, 어느 상품이 좋은지 투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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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업 참관하는 동안 장지혁 선생님이 무엇 때문에 이런 수업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상당히 어수선하기만 했거든요.

하지만 알고 보니 무척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더군요.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만들어 놓은 것인데요. 장지혁 선생님이 이를 카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취기준 카드를 아이들이 조합하도록 했습니다. 한마디로 배울 내용을 아이들이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여행 상품 개발하고 홍보하기인데요. 이 수업에는 국어, 미술, 음악, 사회, 도덕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 수업의 전체 과제는 아래와 같은데요. 과제를 보니 언급한 모든 과목이 들어가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 공부하고 여행 코스 정하기
문학과 관련된 지역을 여행코스로 넣기
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글쓰기
여행 코스를 보여줄 수 있는 지도 만들기
여행지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 만들기
여행 상품을 인터넷에 올려 설문조사 받기

여기서도 수업 도구로 아이패드가 쓰이고 있었습니다. 음악 만들기와 여행 코스 지도 만들기에는 아이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아이들도 아이패드의 다양한 앱을 통해 과제를 해결한 모양이더군요. 참관 수업에서도 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데에 아이패드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장지혁 선생님 인터뷰

 

두 곳의 학교를 참관하면서 눈길을 끄는 것이 2개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두 초등학교 모두 아이패드를 수업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패드 외 타사의 태블릿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결과물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아이들도 어느새 아이패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거꾸로 교실 같은 깨어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영민 선생님은 “선생님이 자기 수업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최고”라고 말합니다. 가르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거꾸로 교실을 직접 참관해보니 말로만 듣는 것보다 훨씬 색달랐습니다. 주도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삼 교육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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