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애플 펜슬 10문 10답

 

손가락을 유일한 입력 도구로 사용하던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으면서 입력 도구를 2가지나 새로 내놨다. 하나는 스마트 키보드, 또 다른 하나는 애플 펜슬이다. 애플이 아이패드용 키보드를 내놓은 것도 흥미롭지만, 역시나 좀 더 눈길을 끄는 건 애플 펜슬이다. 원화로 12만 9,000원, 그리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초기 시중에선 구하기 어려울 만큼 귀한 대접을 받은 애플 펜슬. 한 달 가량 아이패드 프로를 쓰면서 애플 펜슬을 유심히 살폈다.

 

1. 손에 쥐는 느낌은 어때?

애플 펜슬은 완벽한 원형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매끈하고 심플한 외형을 지녔다. 여기에 적당한 두께가 더해져 손에 쥐었을 때 불편함을 주는 요소는 찾을 수 없다. 무게 중심은 미세하게 위쪽 편에 있다. 무게 중심이 위쪽에 치중된 스마트펜을 써본 적이 있는데, 사용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손이 쉬이 피곤했다. 하지만 애플 펜슬에서는 그런 점을 느낄 수 없었다.

애플 펜슬을 손에 쥐게 되면, 앞에서 4~5cm 부근을 손가락으로 잡게 된다. 60~70%가량 손에 걸쳐지게 되는 것. 이는 애플 펜슬의 무게 중심이 약간 위쪽에 있는 것과 더해져 손 안에서는 균형을 잡아준다. 애플 펜슬을 꺼꾸로 쥐어 보면 손에 쥔 부분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데, 이 경우 손에 피로감이 빨리 찾아오게 된다. 제대로 잡았을 때의 균형감을 묘하게 잘 맞춘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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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표면이 엄청나게 매끄럽다. 손에 땀이 조금이라도 나면 쉽게 미끄러진다.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땀 때문에 미끄러워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더운 여름이 벌써 걱정된다.

 

2. 필기감은?

아이패드 프로 화면이 유리이다 보니 애플 펜슬로 써보면 무척 미끄럽다. 종이에서 필기할 때 느껴지는 마찰력은 전혀 없다. 유리 위에서 볼펜으로 필기하는 듯하다. 애플 펜슬은 펜촉을 교환할 수 있는데, 펜촉의 재질을 통해 이 부분을 좀 보완했으면 싶다.

 

3. 압력 인식은 몇 단계?

애플 펜슬 앞부분에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적용되어 있다. 펜촉을 보면 미세한 틈이 있는데, 펜을 사용하게 되면 손의 힘에 따라 펜촉이 눌러지게 된다. 이를 통해 압력을 측정하게 되고, 그 값을 아이패드 프로에 전달해 표현해 준다.

보통 스타일러스는 압력 인식을 1024단계, 2048단계 등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애플 펜슬은 여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직접 사용해 보니 제법 섬세하게 압력을 인식해 표현해 준다.

 

ap01▲ 힘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진다

 

 

4. 기울기는 어떻게 인식하는 거야?

애플 펜슬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기울기를 인식한다는 점이다. 연필을 눕혀서 종이에 그리는 느낌을 디지털로 표현한 것. 메모장에서 그리기 도구를 연필로 선택한 후 애플 펜슬 연필처럼 눕혀서 화면에 쓱쓱 그리면, 정말 연필로 한 거 같다.

기울기는 애플 펜슬 앞부분에 적용된 2개의 센서를 사용한다. 각 센서의 상대적인 위치를 디스플레이가 감지해 각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기울기의 인식으로 표현의 영역이 넓어진 셈인데, 펜슬이라는 제품명에 걸맞은 기능이다.

 

ap02▲ 진짜 연필을 눕혀서 그린 듯하다

 

 

5. 딜레이는 어느 정도?

기본 메모 앱에서는 일반적인 사용에서 미묘한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대부분 사용자는 이 점을 인식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로 빠르게 선을 그어보니 그나마 딜레이를 명확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써드파티 앱에서 기본 메모 앱보다 딜레이가 조금 더 생긴다. 테스트해본 앱은 ‘페이퍼(Paper)’와 ‘어도비 스케치(Sketch)’. 하지만 이마저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반응성 측면에선 더할 나위 없다.

 

6. 팜 리젝션 잘 되나?

팜 리젝션은 스타일러스를 지원하는 기기라면 기본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기능이다. 터치펜을 사용하는 동안 손바닥이 인식되지 않도록 해준다. 아이패드 프로도 팜 리젝션을 지원한다.

애플 펜슬의 펜촉이 아이패드 프로 화면에 닿아 있는 순간에는 어떠한 터치도 인식하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아이패드 프로 화면이 애플 펜슬만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애플 펜슬이 화면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게 되면, 터치를 인식한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아 있더라도, 애플 펜슬을 화면에 대면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 펜슬을 우선 인식한다.

 

DSC_9287▲ 작업하는 동안 손바닥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펜으로 필기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는 화면 위에 손을 먼저 올리고 펜으로 쓰게 된다. 이때 아이패드 프로는 화면에 닿는 손을 터치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는 손이 닿는 면적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넓은 면적은 터치로 인식하지 않는 것. 그러다 보니 가끔 의도치 손이 닿은 곳에 점이 찍히는 경우가 생긴다.

한 달 가량 메모도 하고, 그림도 그려봤다. 팜 리젝션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썼다.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 펜슬과 터치 사이에서 제법 훌륭히 교통정리를 해줬다.

 

7. 아이패드 프로의 배터리 소모는?

애플 펜슬을 사용하면, 일반 터치로 아이패드 프로를 쓸 때보다 더 배터리를 소모한다. 이는 아이패드 프로가 애플 펜슬을 감지하면, 서브 시스템이 애플 펜슬의 신호를 초당 240번이나 스캔하기 때문이다. 일반 터치가 초당 120번인데, 이보다 2배 많다. 이렇게 빠르게 스캔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딜레이 때문이다. 애플 펜슬이 화면 위를 지나갈 때 터치보다 2배 빠르게 잡아내서 화면에 뿌려주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할 만큼 딜레이를 줄여주는 것.

다만 초당 240번의 스캔 탓에 배터리는 조금 더 빨리 소모된다. 100% 완충 시 1시간 반 정도 작업하니 배터리가 80%로 줄었다. 단순 계산해서 와이파이에서 웹서핑, 동영상 재생, 음악 감상 시 최대 10시간 쓸 수 있다는 공식 사용 시간보다는 더 짧다.

 

8. 항상 애플 펜슬 로고가 보인다던데?

그렇다. 애플 펜슬을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으면, 항상 상단에 애플 펜슬 로고가 보이는 방향으로 멈춰 선다. 애플 펜슬을 옆에서 봤을 때, 로고가 위쪽이라면 무게 중심은 아래쪽으로 잡아놨다. 그러다 보니 원형의 애플 펜슬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서 있게 된다. 무게 중심까지 신경 쓴 디테일은 역시 애플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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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아이패드 프로에서만 사용?

애플 펜슬과 아이패드 프로의 연결은 블루투스다. 그런 탓에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미니 4에서도 애플 펜슬을 지원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현재는 쓸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초당 240번의 스캔 속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디스플레이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기술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지는 않아 보이지만, 초당 120번의 스캔으로는 매끄러운 필기를 제공할 수 없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듯.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는 올해 신제품이 나오면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10. 전문 크리에이터의 작업 도구로써 경쟁력은?

애플 펜슬의 출현으로 가장 큰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와콤과의 비교다. 사실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둘의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의 디자이너 업무 환경을 생각해 보면,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은 큰 힘을 발휘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최대한 단기간에 일정 퀄리티 이상의 작품을 양산해 내는 시스템이다 보니 작업 능률이 중요하다. 직관적인 단축키를 활용한 빠른 작업과 장시간 작업에도 손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는 아이패드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ap03▲ 기어박스 하경화 기자가 애플 펜슬로 그린 그림

 

물론 애플 펜슬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기대해 볼 측면은 있다. 다양한 써드파티 앱의 출현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맥, 애플 펜슬을 묶어 작업 환경을 만들어 줄 앱들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리란 생각이다.

펜과 종이를 사용하는 아날로그 작업 환경을 온전히 디지털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일반 대중이나 전문가들이 가벼운 작업을 하기에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워크플로우에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이 쓰일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원문 : http://it.donga.com/23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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