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한 손에 착착 ‘아이폰 SE’

 

애플이라면 4인치 아이폰을 다시 내놓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엔 ‘아이폰 SE’가 들려 있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4인치 아이폰. 지난 3월 쿠퍼티노에서 처음 접했을 땐 그리운 임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반갑고, 반갑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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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아이폰 5s 그대로

아이폰 SE의 외형은 3년 전에 나온 아이폰 5s 그대로다. 겉모습만 봐선 달라진 점을 찾긴 어렵다. 물론 외형에도 변화는 있다. 먼저 소재인 알루미늄의 표면 처리는 ‘비드 블라스트 공법’을 사용했다. 비드 브라스트은 미세한 유리 구슬을 고압으로 분사해 금속 표면의 조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 공법으로 반사율을 줄여야 하는 공항 지붕재, 관제탑 외벽 등에 주로 쓰인다.

그런 탓에 손에 닿는 감촉은 아이폰 6s와 사뭇 다르다. 아이폰 6s의 표면은 반들반들한 편인데, 아이폰 SE는 다소 보들보들하다. 손에 닿는 느낌은 아이폰 SE가 더 좋다. 색상도 미세하게 다르다. 아이폰 6s와 아이폰 SE 모두 로즈 골즈인데, 아이폰 6s가 좀 더 러블리하다.

빗면 모서리는 무광 챔퍼로 처리했다. 아이폰 5s의 다이아몬트 커팅은 아이폰을 엣지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그런 점에서 아이폰 SE의 모서리는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튀는 요소를 버리고 좀 더 단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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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알루미늄이지만, 후면 애플 로고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음각으로 알루미늄을 깎아 스테인리스로 만든 애플 로고를 깔끔하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는 없던 로즈 골드 색상도 나왔다. 아이폰 5s와 외형에서 구분 짓고 싶다면, 로즈 골드 선택이 답이다. 내가 선택한 색상도 로즈 골드. 남자는 역시 핑크 아니던가~

 

몸은 아직도 아이폰 5s를 기억해

아이폰 6를 거쳐 현재 아이폰 6s를 쓰고 있다. 처음 아이폰 화면이 커졌을 땐 4인치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다소 아쉬워했지만, 금세 4.7인치에 적응해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5.5인치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커 보여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2년간 4.7인치 아이폰을 쓰다 보니 이미 익숙할 데로 익숙해진 상황. 오랜만에 4인치 화면 크기의 아이폰 SE를 만나 반갑긴 하지만, 그사이 다소 낯설어지기도 했다. 일단 폰트가 커 보인다. 사실 아이폰 6s의 폰트 크기와 똑같다. 하지만 작은 화면에서 보다 보니 착시 현상으로 커 보인다.

무게도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아이폰 6s의 무게에 익숙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이기에 양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음에도 습관적으로 양손으로 쓰고 있을 때도 있다. 이 또한 아이폰 6s에 길들여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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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가장 신기한 건 키보드다. 아이폰 SE의 자판은 정말이지 작다. 예전엔 이걸 어떻게 사용했나 싶은데도 막상 텍스트를 입력해보니 거의 오타 없이 척척 누르고 있다. 처음 아이폰 6를 사용하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되었던 것이 자판이다. 자판의 크기는 더 커졌음에도 오타가 많았다. 지금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오타가 종종 난다. 그런데 아이폰 SE에서는 오타가 더 적게 난다. 몸은 여전히 4인치 아이폰의 자판을 기억하고 있다. 오히려 타이핑이 더 편한 느낌이다.

 

아이폰 6s와 동일한 두뇌

스마트폰 화면 크기는 5인치 이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제조사는 주력 모델의 화면 크기를 5인치 이상으로 채택한다. 물론 5인치 이하의 제품도 나온다. 주력 모델의 디자인을 활용하고, 성능을 낮춰 서브 모델로 출시하는 것. 그러다 보니 작은 화면을 선호하는 이들은 주력 모델보다 성능이 낮은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이폰 SE는 3년 전 모델인 아이폰 5s의 디자인을 그대로 쓰고 있다. 하지만 성능에서만큼은 양보가 없다. 주력 모델인 아이폰 6s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아이폰 6s에 쓰인 A9칩과 2GB의 램(RAM)을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 CPU와 GPU에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성능을 지닌 아이폰이라고 할 수 있다.

 

Untitled-00101▲ 긱벤치 결과 (좌 : 아이폰 6s, 우 : 아이폰 SE)

 

애플이 내놓은 그래픽 엔진 ‘메탈’을 활용한 퀄리티 높은 게임도 문제없다. 테스트로 종종 즐기는 베인 글로리(Vain Glory)를 해보니 매끄럽게 돌아간다. 베인 글로리는 작은 화면에서 하기엔 적합한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높은 성능을 요하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앱스토어에 올라온 어떠한 게임도 성능이 딸려 즐길 수 없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DSC_0977▲ 아이폰 SE에서 베인 글로리 실행

 

카메라 또한 아이폰 6s와 동일한 1200만 화소의 아이사이트 카메라를 적용했다. 4K 동영상 촬영은 물론, 라이브 포토까지 찍을 수 있다. 아이폰 6에서 안 되는 ‘시리야’ 호출도 할 수 있다. A9칩 적용 때문이다. 충전 중이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시리를 부를 수 있다.

 

구형 하드웨어

아이폰 SE의 CPU, GPU 성능은 아이폰 6s와 같지만, 일부 하드웨어는 아이폰 6s와 다르다. 우선 터치 ID는 아이폰 6와 같은 1세대가 쓰였다. 아이폰 6s에 쓰인 2세대 터치 ID는 반응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잠금 화면의 알림을 보기 위해 재빠르게 홈 버튼을 눌렀다 떼도 지문을 인식해 잠금 화면을 풀어 버린다. 아이폰 6s를 쓰는 사람 중 몇몇은 잠금 화면의 알림을 볼 틈이 없다고 애교스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1세대는 홈 버튼을 클릭하고 손가락을 잠깐 올려놓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속도 또한 제법 빠른 편이다. 아이폰 SE의 터치 ID가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이폰 6s의 빠른 터치 ID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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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패널은 아이폰 5s와 같은 것을 쓴다. 아이폰 6s와 비교하면 아이폰 SE의 색감이 좀 더 누런 편이다. 화면의 검은 테두리인 이너베젤도 아이폰 6s보다 아이폰 SE가 더 굵다. 이너베젤은 백라이트 불빛이 새는 ‘빛 샘 현상’을 막기 위한 역할을 한다. 3D 터치도 되지 않는다. 아이폰 6s에 처음 도입된 3D 터치는 쓰면 쓸수록 편리한 사용자 경험이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전면 카메라는 120만 화소를 쓴다. 아이폰 6s가 500만 화소이니 차이가 크다. 셀카를 잘 찍지 않는 나로서는 큰 상관은 없지만. 셀카를 자주 찍는 이들은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고민을 안겨준 애플

아이폰이 한 종류만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땐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아이폰을 쓰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폰 6s, 6s 플러스에 SE까지 나왔다. 현재 메인으로 4.7인치 크기의 아이폰 6s를 쓰고 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4인치 크기의 아이폰 SE 때문이다.

4.7인치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최적의 화면 크기는 4인치라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간사한 탓인지 4.7인치를 계속 쓰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서 이 또한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이 상황에서 4인치 아이폰이 다시금 등장했다. 작은 화면에 불편함도 느낄 테고, 128GB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아쉽지만, 손에 쥔 4인치 아이폰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일부 하드웨어가 최신 사양은 아니지만, 성능은 아이폰 6s와 똑같다. 아이폰 6s도 쓰고 싶고, 아이폰 SE도 쓰고 싶어진 것.

 

DSC_0998▲ 아이폰 SE와 아이폰 6s

 

대화면이 트렌드인 지금. 4인치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이 되긴 어렵다. 그렇다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성능까지 포기한다. 하지만 애플은 좀 더 영리하게 접근했다. 성능을 좌우하는 AP는 주력 모델인 아이폰 6s와 같은 A9을 사용해 부족함이 없게 만들고, 예전 디자인을 채용하고 일부 하드웨어는 이전 부품을 적용해 가격을 내렸다.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4인치 스마트폰의 탄생. 애플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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