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의 만지작] 애플 ‘에어팟’…무선의 편리함에 사용자 경험의 편리함을 더하다

 

애플이 아이폰 7과 함께 공개했던 ‘에어팟’의 판매를 지난 12월 13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애초 일정보다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었는데요. 무선의 영역에서 어떤 사용자 경험을 애플이 선사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때문일까요? 일단 초기 반응은 꽤 뜨겁습니다. 국내 출시 가격은 21만 9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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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은 무선 이어폰입니다.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블루투스를 사용합니다. 기본 형태는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세한 차이는 있습니다. 공기가 통하는 바깥쪽 덕트의 크기는 조금 더 커졌으며, 선을 연결하던 부분은 더 굵어지고, 그 안에 마이크가 들어갔습니다. 오랫동안 이어팟을 사용한 탓에 귀에 착용해 보니 익숙합니다. 선만 없을 뿐 이어팟인지 에어팟인지 구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착용한 상태로 이리저리 움직여 봐도, 심지어 달리기를 해봐도 잘 빠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불안함은 없잖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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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은 이어팟이지만, 내부는 전혀 다릅니다. 그동안 이어폰은 액세서리 관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에어팟을 하나의 디바이스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W1이라는 전용 칩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근접센서와 가속도센서도 적용했습니다. W1 칩은 오디오 재생부터, 블루투스 연결 안정성을 높이고, 센서를 제어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W1 칩을 바탕으로 애플은 무선 이어폰의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 냅니다. 무선 음향 기기는 이미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확산 속도는 다소 더딘 편입니다. 무선의 편리함은 분명 크지만, 불편한 페어링 과정은 하나의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에어팟은 기존 블루투스 기기와는 전혀 다른 페어링 과정을 제공합니다. 전원이나 별도 페어링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습니다. 에어팟 케이스 뚜껑을 열고, 아이폰 가까이 다가가는 게 전부입니다. 그럼 아이폰에서 팝업창이 뜨면서 에어팟을 연결할지를 묻고, 연결 버튼만 누르면 페어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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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페어링 과정을 간결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클라우드의 연속성 안으로 집어넣었다는 점입니다. 아이폰과 연결이 이루어진다면, 동일한 아이클라우드로 묶인 다른 애플 기기에서는 연결 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하나만 연결하면, 아이패드, 맥 등과도 이미 연결이 되어 버립니다. 사용자는 그저 해당 기기에서 사운드 출력에 사용할 기기로 에어팟을 선택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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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성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서로 다른 기기를 묶어주는 기능입니다. 연속성을 통해 애플은 다양한 기기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그 연속성 안에 음향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추가되었습니다. 단지 페어링 과정을 간결하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중복된 페어링 과정은 생략해 버렸습니다. 무선 음향 기기의 사용자 경험이 완전히 새로워진 셈입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근접 센서는 에어팟의 착용 여부를 판별합니다. 근접 센서는 앞, 뒤로 2개씩 적용되어 있습니다. 처음 에어팟을 귀에 꽂으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착용했다는 것을 알립니다. 음악을 듣다가 한쪽을 빼면, 음악은 일시 정지가 됩니다. 근접 센서가 착용 여부에 따라 음악 재생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줍니다. 여담으로 에어팟을 귀에서 뺀 후 센서 2개를 손가락으로 덮으면 음악이 재생됩니다.

가속도 센서는 시리를 호출하는 데 쓰입니다. 에어팟을 착용한 상태에서 두 번 톡톡 치면 시리가 호출됩니다. 간혹 시리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이가 있는데, 에어팟을 가볍게 치면 호출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는 가속도 센서가 에어팟의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시리 호출을 통해 전화를 걸고, 볼륨을 줄이는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이크에 빔 포밍 기술을 더해 목소리 인식률을 높였다고 합니다. 시리를 불러 전화 통화를 해보니 음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야외에서 통화를 시도했는데 제 목소리가 선명하게 잘 들린다고 하네요. 마이크는 오른쪽, 왼쪽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쪽만 꼽고 통화도 문제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블루투스는 간섭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결이 불안정해지고, 잡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에어팟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현상을 겪었는데요. W1은 이때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잡음이 생기면 이를 제거하고, 연결 안정성도 높여줍니다.

배터리는 완충에 5시간가량 쓸 수 있습니다. 에어팟은 케이스에 넣어 두면 충전이 됩니다. 케이스에도 베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스까지 더하면 24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어팟의 배터리 용량이 원체 작기 때문에 충전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애플은 15분 충전하면 3시간가량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에어팟의 배터리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한 번에 5시간 이상 음악을 듣는 일도 드물뿐더러 에어팟을 쓰지 않을 때는 케이스에 넣어두다 보니 다시 충전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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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7은 3.5mm 이어폰 잭이 없습니다. 아마 애플도 3.5mm 잭을 제거하는 것에 많은 고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음악 감상은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이며, 여전히 유선 음향 기기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포기했습니다.

단순히 포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애플은 에어팟으로 음악 듣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고 합니다. 여전히 유선 중심인 음악 감상 방식을 무선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에어팟의 음질 자체는 이어팟과 비교해 별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의 사용자 경험을 애플은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단지 이어팟의 선만 없앤 것이 아니라 무선에서의 경험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누구도 무선 음향 기기의 경험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W1 칩을 활용한 능동적인 에어팟의 음악 감상 경험은 애플의 저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W1 칩을 품은 무선 음향 기기 출시가 늘어난다면, 적어도 애플 생태계 내에서만큼은 빠르게 무선으로 전환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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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어팟 디자인을 무척 좋아합니다. 몇십만원의 이어폰과 헤드폰이 있음에도 항상 이어팟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귀의 형태를 완벽히 이해한 이어팟의 디자인은 그 어떤 이어폰보다 편합니다. 그래서 이를 물려받은 에어팟은 더할 나위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착용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정말 패셔너블합니다. 에어팟 또한 케이스부터 비롯해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인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어팟을 눈으로 보는 것과 착용했을 때의 모습은 괴리가 큽니다.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 봐도 볼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주변 지인 몇몇이 착용해 보니 저보다 더 당혹스럽습니다. 물론 에어팟을 착용하고 출퇴근을 해봐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확실한 건 에어팟에서는 애플스러운 ‘간지’를 찾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글 / 레미 (lemy@thepl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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