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 미국 뉴욕 ‘애플 월드 트레이드 센터’, ‘애플 5번가’

 

[디에디트] 뉴욕은 처음이었다. 섹스 앤 더 시티 속 캐리를 보며 자란 나는, 이 도시에 대한 환상이 컸다. 내게 현대 사회에 걸맞은 비뚤어진 소비욕을 심어준 그 드라마말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신문 칼럼을 연재하는 여자가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다니는 도시.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화려한 도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뉴욕은 생각보다 별것 없었다. 어른 여자가 되어 뉴욕에 오겠다는 꿈은 이루었지만 상상한 모습과는 달랐다. 나는 마놀로 블라닉 대신 아디다스 스탠스미스를 신었고 디올 백 대신 소니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새로운 도시에 오면 ’도장깨기’를 잊어선 안 된다. 애플스토어 말이다. 무엇에 홀린 듯 흐린 하늘에 치솟아 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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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는 건물 지하에 있는 웨스트필드 쇼핑몰 내부에 있다. 내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유니크하다. 들어가자마자 카메라 셔터부터 누르게 되는 엄청난 풍경이다. 생선의 뼈를 가지런히 발라낸 듯한 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애플스토어는 어디에 가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데, 여기선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스토어가 복층 구조인데도 한눈에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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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문했던 때는 작년 11월. 맥북 프로가 막 출시된 참이었다. 매장 내에서 터치바 모델을 만지작거리다 수줍게 재고가 있냐고 물었다. 있다고 한다. 물러설 곳이 없다. 내 동공이 흔들리는 사이 제스추어가 큰 필리핀계 스텝이 어택을 시작한다. 사진 편집을 하니? 영상 작업을 하니? 네,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최고의 물건. 아, 그렇죠! 애플스토어의 스텝들은 어쩜 이렇게 다들 밝고 활기 찰까. 영어에 약하고 애플에 약한 나는 한도가 간당간당한 카드를 내밀고 마는데…

 

▲ 무려 15인치, 결국 다른 사람이 쓰고 나는 13인치를 쓰게 됐다

▲ 무려 15인치, 결국 다른 사람이 쓰고 나는 13인치를 쓰게 됐다

 

그렇게 맥북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 참고로 비닐백이 아닌 종이 쇼핑백은 처음 받아봤는데 만듦새가 훌륭한 쇼핑백이었다. 괜히 좋아보인다. 애플 로고가 그려져 있어서 그런가. 재활용지로 만들었으며 손잡이는 부드러운 느낌의 종이 섬유로 제작했다. 슬프게도 잠시 후에 비를 맞고 처참하게 구겨지지만.

 

▲ 이렇게 품위 있게 추모할 수 있다는 것

▲ 이렇게 품위 있게 추모할 수 있다는 것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애플스토어를 빠져나오면 아무런 건물도 없이 뻥 뚫린 인공 분수를 볼 수 있다. 뉴욕 한복판에 말이다. 이곳은 그라운드 제로. 2001년 9.11 테러로 붕괴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있던 지점이다. 희생자 2,753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래 그라운드 제로라는 말은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이나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용어라더라. 비극의 역사가 지나갔다는 점에서는 같다. 분수 가운데로 끝없이 물이 떨어져 내린다. 독특한 구조다. 나는 이 추모 문화가 부럽고도 생소했다. 이 거대한 나라를 뒤흔든 비극의 기억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에 남기고 몇 년이 흘러도 한결 같이 추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웠다. 이 자리에 또 다른 거대한 빌딩을 세우고 잊어버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자, 이제 악명높은 뉴욕의 지하철을 타고 다른 곳으로 떠나보자. 사실 지하철은 생각보다 훨씬 깨끗했다. 드라마 속 캐리는 택시만 타고 다니던데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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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사진으로만 보던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센트럴 파크와 맞닿아있는 맨하탄 중심에 있다. 너무 익숙해서 전에 와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투명한 유리 구조물 속에 애플 로고가 공중부양된 듯 떠 있는 애플스토어의 상징적인 설계가 아마 여기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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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려도 꽤 운치있다. 하얗게 빛나는 애플의 로고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성이 있다. 이 화려한 도시의 한 가운데서도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 따위에 넋이 나가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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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애플스토어에 왔다면 유리 계단을 따라 내려가지 말고, 투명 엘레베이터를 꼭 타보자. 이곳의 명물이다. 원통형의 투명 엘레베이터를 타고 앱등이의 세계에 진입하는 기분. 슈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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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 내부는 크게 새롭진 않았다. 사람이 많긴 하더라. 대부분 관광객처럼 보였다. 세계 어딜가도 애플스토어의 분위기는 자유롭다. 사람들에겐 이곳이 (지갑을 노리는) 놀이터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나는 이미 맥북 프로를 한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인증샷만 열정적으로 찍은 뒤 빠져나왔다. 다음에 또 만나 사과 상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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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뉴욕의 도장깨기는 두 곳 성공. 언젠가 또 갈 일이 있다면 날씨가 화창했으면.

글 / 에디터 H

원문 : [애플스토어] NEW YORK,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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