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의 만지작] 새 ‘아이패드’의 무기는 가격

 

[메이즈] 새 ‘아이패드(iPad)’가 나왔다. 아이패드 프로 후속은 아니다. 새로운 모델이지만 새롭지는 않다. 기존 폼팩터를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어떠한 수식어도 없다. 그냥 ‘아이패드’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로 나누던 제품이 돌고 돌아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로 구분 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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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새 아이패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이다. 와이파이 모델 32GB가 43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 아이패드 프로 와이파이 32GB가 76만 원이다. 애플 제품 중에서는 가장 가격 경쟁력이 좋다.

애플 제품은 비교적 가격이 높은 편이다. 가격이 낮은 신제품은 잘 내놓지 않는다. 보통 신제품이 나오면 이전 제품의 가격을 다소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아이폰 SE를 내놓으면서부터 이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최신 AP를 활용해 성능은 주력 모델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도록 챙기고, 다른 부분은 기존 폼팩터를 활용해 가격을 낮춘 것.

이번 아이패드 또한 동일한 전략을 쓰고 있다. 보통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간 AP에 그래픽 성능을 강화한 칩세트를 아이패드에 쓴다. 이 칩세트의 이름에는 X가 붙는다. 아이패드 프로는 A9X가 쓰인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A9을 품고 있다. 한마디로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의 CPU 성능 차이는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래픽 성능은 아이패드 프로가 더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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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지원하고, 애플 펜슬을 쓸 수 있는 아이패드 프로를 애플은 새로운 개념의 PC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의 PC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 습관에 따라 아이패드 프로는 만족할 만한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공식 키보드 지원도 없고 애플 펜슬도 없다.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이야기하던 콘텐츠 소비 도구에 충실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래픽 성능을 필요로 하는 게임도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보니 매끄럽게 돌리기에 A9으로도 문제 없다. A9X가 없어도 충분하다고 애플은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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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렇게 가격이 낮은 걸까? 분명 이유는 있다. 일단 폼팩터가 아이패드 에어다. 크기, 두께가 동일하다. 아이패드 에어2보다 더 두껍다는 이야기다. 얇고 가볍다는 의미로 쓴인 에어는 이제 무의미한 단어가 되었다. 아이패드 프로가 더 얇고 가볍기 때문이다. 이름이 아이패드인 이유이기도 하다. 사소한 변화는 있다. 음량 조정 버튼 옆에 있던 화면 고정 스위치가 없어졌고, 동영상을 찍을 때 쓰이는 마이크 위치가 조금 달라졌다.

지문 인식은 터치 ID 1세대가 쓰인다. 지금의 2세대보다 반응이 한 박자 늦다. 터치 ID 2세대가 적용된 아이폰 7등을 쓰던 이라면, 늦은 반응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문인식 기능 자체는 터치 ID 1세대 또한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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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는 상당히 후퇴했다. 해상도는 2048 x 1536으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쓰지만, 아이패드 에어가 나왔을 당시와 같은 사양의 패널을 쓰는 듯 하다. 물론 더 밝아졌기는 하다.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2 때부터 인셀 방식의 터치패널을 아이패드에 쓰기 시작했다. 터치 기능을 하는 산화인듐(ITO)을 패널 내부에 집어넣어 더 얇게 만든 패널이다. 이 때문에 전면 강화유리와 패널 사이의 간격이 무척 가깝다. 하지만 아이패드 패널은 온셀 패널을 쓴다. 전면 강화유리와 패널 사이의 간격이 상당하다. 그만큼 터치가 어색하게 다가온다.

색감은 다소 빛이 바랜듯하다. 여기에 라미네이팅 처리와 반사 방지 코팅은 빠졌다. 처음 아이패드를 접했을 때 왜 아이패드 에어2의 폼팩터가 아닐까 의아했는데, 단가를 낮추기 위한 온셀 패널 사용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얇게 만들 수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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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소파에 앉아서 처음 아이패드를 시연했다. 편하게 앉아서 휙휙 넘겨보는 용도라는 걸 발표 행사에서 몸소 보여줬다. 하지만 대화면 스마트폰이 트렌드로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태블릿 시장 수요는 점점 하락세를 겪기 시작했고, 제아무리 애플이라고 해도 이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매 분기 판매가 줄어든 것.

아이패드 프로의 출현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소비에 그치지 않고, 키보드와 펜슬을 쥐여줘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 하는 것. ’컴퓨터를 초월한 컴퓨터’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애플의 이야기가 수긍되지 않는 이도 있을 테지만, 분명한 건 기존 PC와 다른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직접 업무에 활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이폰의 화면이 많이 커지긴 했지만, 9.7인치의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전혀 다른 기기다. 하지만 필요성은 많이 희미해졌다. 아이패드 프로로 전문가의 마음을 파고드는 동안 아이패드 자체는 대중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아이패드 프로가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라는 것. 기존 아이패드 사용자를 다시 데려오고 저변 확대를 위해선 또 다른 전략이 필요했고, 가격에 방점을 찍은 아이패드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아이패드를 경험한 이들 대부분은 좋긴 하지만, 굳이 비싼 값을 치르고 다시 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번 아이패드는 이런 사용자를 철저히 공략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성능만큼은 아이패드 프로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대폭 낮춘 몸값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글 / 레미 (lemy38@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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