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017] 왜 ‘홈팟’일까?

 

[메이즈]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의 주인공은 아마존의 ‘알렉사’였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이 알렉사를 발전시켜왔고, 이를 가전과 자동차 생태계로 넓히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성과가 올해 CES를 뒤덮었다. 이 길다란 스피커는 순식간에 가장 똑똑한 기기로 떠올랐다.

구글의 ‘구글 홈’ 역시 머신러닝을 등에 업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함께 앞으로 거실에 꼭 두어야 하는 기기로 꼽히고 있다. 얼마 전 열린 구글I/O를 통해 한글 지원을 약속하면서 그 관심도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초 CES 직후 구글 홈을 구입했다. 라스 베이거스의 모든 양판점에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이 동났고, 운좋게 하나 남은 구글 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기기는 여러 가지 기능을 품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또 하나의 스피커’였고, 그 음질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아마존 에코 역시 음악을 들려주지만 그 느낌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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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애플도 이 인텔리전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리 스피커’ 같은 이름도 나왔다. 그리고 WWDC17의 키노트 마지막에 필립 실러 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가정에서 음악을 듣는 것의 재발명(Reinvent home music)’이라는 말을 꺼내 놓으면서 애플의 새로운 스피커 ’홈팟(Homepod)’이 세상에 공개됐다.

애플은 홈팟을 스피커로 소개한다. 이름부터 미리 소문으로 돌았던 ’시리 스피커’가 아니라 아이팟, 이어팟, 그리고 최근의 에어팟에 이은 홈팟이다. 오디오 제품으로 브랜딩한다는 것이다.

홈팟은 실제 제품의 특성도 스피커에 가깝다. 다만 전통적인 방식의 스피커가 아니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최적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애플스러운’ 스피커다. 이 스피커의 아래쪽에는 트위터가 일곱개 빙 둘러 있다. 각 트위터는 직진성을 갖는 빔 포밍 방식의 지향성 스피커다. 위쪽에는 방향을 타지 않는 서브 우퍼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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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스피커에는 아이폰6에 쓰였던 A8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이 프로세서는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은 주변 환경을 읽어 최적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홈팟은 여섯개의 마이크를 통해 벽에 반사되는 소리와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소리를 낼 방향을 정하면 보컬과 주요 악기 소리는 직접 청취자에게 쏘고, 코러스나 배경을 덮는 소리는 벽과 주변 환경에 반사해서 들리도록 해준다. A8 프로세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실시간으로 소리를 처리한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게 첫번째라는 이야기다.

물론 시리를 쓸 수는 있다. 시리로 웹을 검색하거나 날씨 정보, 야구 경기 결과 등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된다. 하지만 이 시리는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개인 정보를 분석하거나 알려주지도 않는다. 애플이 이 스피커에 시리를 넣은 것은 애플 뮤직을 실행하는 에이전트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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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에게 곡명이나 가수 이름을 말해서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지만 비츠1 라디오를 틀어달라거나 1983년에 유행했던 곡을 찾아달라, 댄스 음악을 들려달라, 말랑말랑한 음악을 재생하라는 명령어를 이해할 수 있다. 원래 시리와 마찬가지로 자연어 검색이 가능하다. 기기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스마트 오디오가 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시리 스피커라고 부르던 소문이 아주 빗나간 건 아니다. 우리가 인공지능 스피커라고 부르는 제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은 기기의 초점을 완전히 다른 곳에 두었다. 본질적인 스피커의 역할인 음악에 기술을 더하는, 그러니까 이어폰에 프로세서를 넣어 다른 경험을 만들어낸 에어팟을 내놓은 의도와 더 비슷해 보인다. 허를 찔렀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애플이 당장 인공지능 비서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는 없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의 특성상 기기 자체의 성능에 관계 없이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애플은 그 접근을 조금 보수적으로 잡았고, 오히려 시리를 음악에 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스피커’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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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스피커를 내놓은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애플은 2006년, ’하이파이’라는 이름의 스피커를 발표한 바 있다. 말 그대로 아이팟을 연결해서 고음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하이파이 오디오였다. 이때는 아이팟의 디지털 음악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홈팟은 센서와 반도체,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음악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 무게가 실린 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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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호섭 IT컬럼리스트 (work.hs.choi@gmail.com)

원문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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