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의 만지작] 테슬라 타고 남해까지 달렸다, 충전 없이

 

[메이즈] 배터리를 품고 있는 디바이스에 숙명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사용 시간이다. 배터리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충전에 일주일씩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이야기다.

테슬라 전기차가 국내에 들어온다.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다. 자동차가 아닌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디바이스로 접근한 전기차다. 아이폰이 휴대전화 경험을 바꿔놓았듯이 테슬라의 전기차는 자동차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것이다.

그런 테슬라 전기차도 배터리를 품고 있다. 다만 자동차이다 보니 사용 시간이 아닌 주행 거리를 따진다. 그동안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는 약점이었다.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만 하더라도 주행 가능 거리가 200km가 되지 않는다. 배터리 충전 압박을 자주 받게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충전 시간 또한 주유처럼 10분에 끝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 듯이, 전기차도 오래 달릴수록 좋다. 하지만 400km 이상의 긴 주행 거리를 지닌 전기차는 드물다. 그나마 테슬라와 GM에서 최근에 내놓은 볼트 정도다.

긴 주행 거리는 테슬라가 자사 제품에서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다. 모델 S 90D를 기준으로 400km 이상은 너끈히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연 진짜로 이렇게 달릴 수 있을까? 몇 주 전에 기회가 되어 직접 경남 남해까지 무충전으로 달려봤다.

 

DSC_7572 copy

 

 

364km

출발지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목적지는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시승했던 차량의 경우 아직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지 않아 T맵을 사용했다. T맵에 표기된 주행 거리는 364km다.

 

iphonemokup01_DiskStation_Jul-23-1915-2016_Conflict copy

 

사용한 차량은 테슬라 모델 S 90D로 한국 환경부 측정 기준으로 주행 가능 거리는 378km다. 출발 전 완전 충전된 테슬라 모델 S 90D의 계기판에는 주행 가능 거리가 445km로 표기됐다. 계기판의 주행 가능 거리만 봐선 무척 넉넉한 것을 알 수 있다. 테슬라 차량은 배터리 용량 표기를 % 또는 거리로 할 수 있다.

테슬라 계기판에 표기되는 주행 가능 거리는 최근 주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되며, 공조기 사용 상태 및 각종 주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주행 거리에 반영된다.

휠은 21인치를 장착했다. 이보다 작은 19인치 휠을 장착하면 주행 거리가 늘어난다.

 

주행 조건

당일은 날이 무척 더웠다. 게다가 테슬라 차량은 선탠이 없어 따가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아 실내 온도는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환경. 당연히 에어컨을 켜야 했다. 설정 온도는 23도로 목적지 도착 시까지 끄지 않았다.

이와 함께 후방 카메라도 켰다. 테슬라 전기차는 1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차량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데, 터치스크린의 1/2에 후방 카메라를 켜놓을 수 있다. 좌우 옆 차선까지 뒤를 확인할 수 있어 켜 놓으면 편하다.

에어컨과 후방 카메라를 켜 놓는다는 건 그만큼 배터리를 추가로 소모하기 때문에 주행 거리를 줄어들 수밖에 없다.

 

174km

서울에서 출발해 목적지까지 대략 5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중간 휴게소를 3번 들렸다.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2시간가량은 평균 시속 140km로 달린 듯 하다. 최대 순간 속도는 시속 174km.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에서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즉각 반응하면서 속도가 아무렇지 않게 올라간다. 기어 변속을 해가며 힘겹게 속도를 올리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이런 일은 별거 아니라는 듯 덤덤히 속도를 쑥 올린다.

게다가 속도가 시속 100km를 너무나도 차분하게 달리니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게 된다. 나도 모르게 시속 150km까지 올라가 버리니 계속 속도를 낮추는 게 일이다. 처음 고속도로를 탔을 땐 속도를 어느 정도 높여 테스트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속 100km를 맞추는 게 더 어려웠다. 엄청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결에 속도가 올라가 버리기 때문이다.

 

Screenshot 2017-06-12 11.41.44 copy

 

전기차는 속도가 높을수록 배터리를 더 많이 소모한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퀄리티가 높은 게임을 하면 배터리 소모가 많은 것과 같다. 고속도로에서 2시간가량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배터리를 소모했다 남은 주행 거리와 배터리 용량을 확인해 보니 더는 과속을 하면 안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부터 도착 시 까지는 고속도로 규정 속도를 지켜 시속 90~100km로 달렸다.

 

가뿐히 목적지 도착

출발한 지 대략 5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계기판을 확인해 보니 총 주행거리는 367.1km, 소모한 배터리는 67.3kWh(74.7%)였다. km당 소모 배터리는 183Wh/km로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59km가 표기됐다.

 

DSC_7368 copy

 

서울에서 남해까지 가는 동안 절반가량은 꽤 빠른 속도로 달려 배터리 소모가 심했다. 그런데도 400km 이상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도심에서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회생 제동 기능이 주기적으로 작동하기에 주행 가능 거리는 고속도로보다 더 길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한국 환경부 측정 기준으로 주행 가능 거리는 378km이다. 이는 무척 엄격한 잣대로 측정한 결과다.

현재 테슬라는 4개의 수퍼차저 설치를 완료했다. 연내에 14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보다 더 공을 들이는 것은 데스티네이션 차저다. 현재 35개 설치가 완료되었고, 6월에 20개 더 추가된다. 여기에 아파트 단위로 홈 차저도 구축하고 있다.

 

DSC_7549-2 copy

▲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에 테슬라 데스티네이션 차저가 설치되어 있다

 

테슬라는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꾸준히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충전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사용자는 배터리 용량을 그리 살피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충전기가 있는 곳을 방문한다면, 꼭 충전하는 습관만 들인다면 말이다. 이는 모델 S 90D 기준으로 400km 이상은 충분히 달릴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글 / 레미 (lemy38@icloud.com)

 




Comments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