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작] 하드웨어 명가 MS가 처음 만든 노트북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PC를 만드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처음 터치스크린을 넣은 분리형 PC인 서피스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세상이 꽤나 떠들썩했다.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왔지만 결국 서피스는 PC 시장과 윈도우에 터치스크린을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서피스는 그 자체로 PC의 한 축이 됐다. 특히 서피스 프로는 4세대를 기점으로 공급 부족을 겪을 정도로 성장했고, 애초 역할 중 하나였던 디자인 레퍼런스를 넘어섰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작 우리가 ‘노트북’이라고 부르는 그 시장에 손을 대지 않아 왔다. 새로운 개념의 분리형 랩톱인 ‘서피스 북’을 내놓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노트북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PC 제조사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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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었네”

그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초,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덥석 노트북을 내놓았다. 그게 바로 서피스 랩톱이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아마 업계도 노트북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10S’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내놓으면서 이 서피스 랩톱의 묘한 자리를 만들어냈다. 윈도우10을 쓰지만 윈도우 노트북은 아닌, 그렇다고 해서 또 윈도우10을 쓸 수 없는 것도 아닌 제품이다.

발표 일주일 뒤 시애틀에서 이 랩톱을 만났다.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행사장에 전시됐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전역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미리 만져볼 수 있었다. 예약은 받았지만 출시는 미국 기준으로 6월 15일이었다. 실제 제품을 만져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과 만듦새가 좋았고, 디스플레이도 훌륭했다. 한 달 정도 고민 끝에 서피스 랩톱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 7월 현재까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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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제품은 코어i5 프로세서에 8GB메모리, 256GB SSD가 들어간 제품이다. 색깔은 네 가지를 고를 수 있는데 버건디와 코발트블루를 고르려면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이렇게 바꾸면 값은 1299달러로, 기본 모델인 999달러에 비해서는 꽤 비싸다. 세금을 포함해 약 15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무게는 1.25㎏이다. 맥북 에어 13인치, 신형 맥북 프로 13인치와 거의 비슷한 무게다. 하지만 보기에 가벼워 보여서 그런지, 실제 들어보면 생각보다 묵직하다. 불쾌하게 무겁지는 않고,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즘 윈도우 노트북이 어딘가 불편했는데, 윈도우 노트북이라고 해서 고급스럽지 않을 이유도 없다. 맥북을 쓰던 입장에서 봐도 여러 모로 하드웨어적으로 맥북에 부족하지 않다.

아직 서피스 랩톱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살 수 있다.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 그래서 기본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다. 기기를 처음 켰을 때 뜨는 윈도우 설치 화면부터 두 언어만 나온다. 물론 설정 중간에 한글로 바꾸고, 한글 키보드도 기본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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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듯 새로운 윈도우10S 환경

설치 과정은 꽤 놀랍다. 전원을 켜자마자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가 등장한다. 코타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윈도우 설치를 돕는다. 메뉴 버튼들은 키보드와 터치패드, 터치스크린으로 입력할 수 있지만 말로 해도 된다. 코타나가 알아듣기 때문이다. 한참 설정을 진행하다 보니 네트워크 정보를 묻는다. 그러고 보니 이 코타나는 오프라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 설치 과정은 전체적으로 이제까지의 윈도우10과 조금 다른데, 윈도우10S 때문인지, 서피스 랩톱 때문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코타나가 윈도우 설치에 들어간 것은 단순히 음성 인식이 더해졌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생각도 스친다. 그 동안 여러 운영체제들이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보통 메뉴를 읽어주는 것 자체는 따로 메뉴를 켜야 했다. 서피스 랩톱과 윈도우10S의 설정은 코타나를 입히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입력 가능성을 열어버렸다.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음성 안내를 켜는 것 자체가 이용자의 접근성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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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이후의 서피스 랩톱은 당연하게도 여느 윈도우10 노트북과 거의 다르지 않다. 적외선 카메라를 더한 ‘윈도우 헬로’는 별도의 키 입력 없이도 랩톱을 여는 순간 잠금을 풀어버린다. 13.5인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2256×1504로 화면은 매우 또렷하고 밝다. 색 표현력도 좋다. 터치스크린이 되고, 따로 사야 하지만 서피스 펜과 서피스 다이얼도 쓸 수 있다. 다만 고릴라 글래스3가 씌워진 화면은 주변 빛 반사가 꽤 있는 편이다. 반사를 막아주는 보호필름을 씌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피스 랩톱에는 오피스365 퍼스널 이용권이 들어 있다. PC와 모바일 각 1대에서 오피스365를 1년 쓸 수 있는 쿠폰으로 오피스 365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이미 기기 5대씩 쓸 수 있는 오피스365 홈 프리미엄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이 이용권이 어떻게 적용될지 걱정이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퍼스널 1년 구독권을 홈 프리미엄 9개월로 바꾸어 기존 구독 서비스를 연장해주는 옵션을 제공했다. 둘 사이에 가격 차이에 따른 선택권인데 작지만 꼼꼼하고 꽤 기분 좋은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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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10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처럼 가볍고 빠르다. 일반적으로 PC를 쓰는 동안에는 다른 운영체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윈도우10S는 애초 마이크로소프트가 교육용 저가 PC에 맞춰 내놓은 운영체제인데 서피스 랩톱은 사실 고급형 컴퓨터에 속한다. 부팅 속도는 빠르고, 배터리는 10시간을 넘게 쓸 수 있다. 업데이트나 윈도우 디펜더 같은 보안도구도 다르지 않다. 사실 따로 설정 화면의 버전 정보를 보거나 말해주지 않으면 이게 다른 윈도우라는 건 전혀 알 수 없다.

차이는 딱 한 가지다. exe나 com 등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던 윈도우용 실행 파일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응용프로그램은 윈도우 스토어에서 내려받아야 한다. 윈도우 스토어에 앱이 많지 않긴 한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도비를 끌어안고, 애플과 윈도우 스토어용 아이튠즈를 발표하는 등 앱 배포의 중심을 스토어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존에 쓰던 윈도우가 편하지만 스토어 중심의 앱 배포는 자연스러운 추세다.

윈도우10S는 사실상 무료로 배포되는데, 필요에 따라 윈도우10 프로로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유료지만 서피스 랩톱은 올해 말까지 무료로 윈도우10 프로로 올릴 수 있다. 데스크톱 앱을 설치하려고 하면 업그레이드할 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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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장치 좋지만 마우스 떼어낼 수 있어야

포트는 아쉬운 부분이다. A타입 USB3.0 포트 한 개와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 3.5mm 이어폰 단자가 하나씩 있다. 서피스 프로에도 있는 SD카드 슬롯이 빠졌고, USB-C나 썬더볼트가 빠진 것도 아쉽다.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인 것도 아닌데 USB 포트는 조금 더 넉넉하게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만 어댑터에는 충전을 위한 USB 단자가 하나 있다. 시스템 연결은 안 되고 전원만 공급한다.

서피스 랩톱을 쓰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키보드와 터치패드다. 키보드는 꽤 깊이 눌리는 편인데 가볍지 않고, 흔히 이야기하는 ‘쫀득하게’ 눌리는 맛이 있다. 배열도 편하고 오타도 잘 나지 않는다. 터치패드의 질도 아주 좋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할 때도 매끄럽고 반응도 좋다. 손바닥이 닿으면서 생기는 오작동도 없다. 비교가 애매하긴 하지만 터치패드는 맥북과 맥OS의 조합만큼이나 좋다. 그동안 봐온 작동이 어색한 터치패드들은 윈도우보다 터치패드 하드웨어 때문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터치 패드에 자신감이 없는 눈치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제품을 전시할 때 항상 아크마우스를 함께 놓는다. 이 랩톱에는 이미 터치패드와 터치스크린이 있는데, 마우스를 또 붙이는 것은 넌센스다. 서피스 랩톱은 게임이 아니라면 웬만한 상황에서 마우스 없어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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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주변은 모두 알칸타라로 덮었다. 알칸타라는 자동차를 고급스럽게 치장할 때 주로 쓰는 재질이다. 가죽처럼 느껴지지만 가죽은 아니고, 특수 합성 소재다. 이게 랩톱에 쓰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의외로 아주 조합이 좋다. 전체적으로 서피스 랩톱은 알루미늄 소재 때문에 차가운 이미지인데, 손을 올렸을 때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열도 올라오지 않는다. 손이 자주 닿는 부분만 때가 타지 않을까 했는데, 알칸타라 제조사에 물어보니 땀이나 이물질, 혹은 커피를 쏟아도 색이 변하지 않고 그저 닦아내기만 하면 된단다. 여전히 걱정스럽긴 하지만 소재 하나로 노트북이 손에 닿는 느낌이 꽤 달라진다. 겨울에는 특히 좋을 것 같다.

 

서피스의 의미, 그리고 역할

서피스 랩톱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잘 만든 노트북’이다. PC는 대중화와 함께 평준화된 경향이 있다. 값은 싸졌지만 제조사별, 제품별 차이는 줄어들었다. 고급화보다는 가격을 낮추는 게 더 중요한 목표가 됐고 시장은 그만큼 심심해졌다. 서피스 랩톱은 오랜만에 그 부분을 깼다. 호화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면서도 깔끔하고, 각 요소들을 타협하지 않았다. 서피스 랩톱은 어디서든 꺼내들면 주변에서 탄성이 나오고, 잠깐씩 만져보는 동안 갖고 싶다는 반응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묘하게도 자연스레 맥북과 비교하곤 한다.

이 비교는 단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비교가 아니다. 시장은 어느새 ‘고급스러운 컴퓨터는 곧 애플’이라는 묘한 고정 관념을 만들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서피스 랩톱을 내놓은 게 아니라 PC의 고급화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 제품을 만든 게 아닐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초 서피스를 만든 이유도 매출 확대보다 시장에 PC에 대한 가이드를 주기 위한 일종의 ‘레퍼런스’ 모델이었는데, 서피스 랩톱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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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원문 : Plu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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