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작] 2017 맥북 프로, 맥의 대변인

 

출시된 지 이제 막 반년이 지났는데 벌써 신제품이 나왔다. 맥북 프로 이야기다. 애플은 늘 맥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맥은 오랜 이용자들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제품이다. 윈도우 PC가 대중적인 우리나라 컴퓨팅 환경상 ‘혁신’, ‘진화’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 일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 맥은 곧 업무의 효율성과 연결된다.

지난 6월 WWDC에서 공개된 새 맥북 프로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 변경 제품은 아니고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맥북 프로의 리프레시 버전이다. 10년 전, 애플이 막 IBM에서 인텔로 프로세서를 바꿨던 때는 그야말로 반도체 기술의 전성시대였다. 새 프로세서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그에 따라 맥도 꾸준히 출시됐다. 맥 이름에 출시연도와 함께 별명처럼 Early, Mid, Late가 붙은 것도 연초에 한번, 연말에 한번, 그리고 간혹 여름에 한번 신제품이 나오면서 생겨난 전통 아닌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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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프로세서, 작지만 큰 진화

어쨌든 맥북이 새로 나왔다. 새 맥북의 변화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프로세서’에 있다. 프로세서를 바꾸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기기의 특성을 바꾸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인텔은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저전력과 효율성, 그리고 4k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새 맥북 프로는 그 특징을 그대로 끌어 안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배터리 이용 시간이 조금 늘어났고, 동영상 재생과 편집에 더 유리해졌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더 안정됐다는 느낌이다. 안정성이라는 게 이전 시스템이 불안했다는 건 아니고,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지근한 열이 올라오던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터치바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작동속도도 2016년 제품이 2.9 ㎓였던 것에 비해 3.1 ㎓로 조금 더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7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전력 효율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배터리 이용시간이나 발열 등의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더 쾌적해졌다.

 

외관이 달라진 건 없고, 프로세서의 변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외관이 달라진 건 없고, 프로세서의 변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외의 다른 부분은 2016년 말 나온 맥북 프로와 거의 다르지 않다. 이미 맥북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레티나 해상도 외에도 500니트 밝기를 내고, DCI-P3등 색 표현 면에서 모바일 기기로서는 가장 좋은 수준이다. 오히려 맥북 프로와 비슷한 성능의 디스플레이가 새 아이맥에 들어갔다. 1초에 2.4GB를 읽고, 1.8GB를 기록하는 SSD도 그대로 들어갔다. 기기의 성능적인 부분은 프로세서 변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쓴 2016년 맥북 프로도 여전히 성능은 충분하다. 맥북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속이 쓰릴 수 있지만 사실 주기가 긴 것보다 이렇게 새 프로세서가 나올 때마다 작은 리프레시가 일어나는 편이 제품을 선택할 때는 더 마음 편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제품의 타겟 소비자도 몇 달 전에 맥북 프로를 구입한 이들은 아닐 것이다.

맥북 프로, 특히 13인치의 역할은 이번 WWDC를 통해 더 명확해졌다. 애플은 신제품과 함께 터치바가 빠진 제품 가격을 200달러 내렸다. 사실상 맥북 에어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맥북 프로 기본형으로 대체한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준 셈이다. 또한 기존 맥북 프로 이용자들에게도 터치바가 있건 없건, 모바일 맥의 기본은 13인치 맥북 프로라고 무게를 실었다. 프로세서 리프레시 제품을 내놓은 이유 중 하나도 신제품을 통해 기존 맥 이용자들에게 터치바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자 한 것도 있지 않을까?

 

힘 실리는 입력 장치의 변화

요즘 애플이 기기에서 집중하는 부분은 입력 장치다. 입력 방법의 변화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변화의 흐름은 확실하다. 키보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단축키도 과감하게 바꾼다. 거의 기기가 나올 때마다 어딘가 달라진다. 새 맥북 프로의 키보드도 조금 달라졌다. 바로 키보드 위에 새긴 마킹이다. 리턴(엔터, Return)키, 시프트(Shift), 탭(Tab) 등 키 위에 새겨졌던 버튼이 글자 대신 기호로 바뀌었다. 기능키들에도 아이콘을 붙였다. 훨씬 직관적으로 기능을 알 수 있고, 언어와 관계 없이 키 전달도 쉽다. 무엇보다 맥OS 안에서 단축키를 설명할 때 쓰는 아이콘들이 키보드에는 새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아이콘들을 키에 새기면서 그런 불편이 사라졌다. 이걸 왜 이제야 했나 싶을 정도다.

 

캡스락 키의 역할은 언어 변경에 힘이 실렸고, 여러 키들이 글자보다 아이콘을 새기면서 맥OS와 키가 통일됐다.

캡스락 키의 역할은 언어 변경에 힘이 실렸고, 여러 키들이 글자보다 아이콘을 새기면서 맥OS와 키가 통일됐다.

 

한가지 묘한 변화는 왼쪽 위에 있는 키인데, 기존에는 ` 키가 있던 자리인데, 마킹을 \으로 바꿨다. 이는 한글 키보드에만 있는 변화인데, 영어와 한글 언어에 따라 두 가지 내용을 바꿔 입력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애플이 요즘 언어를 바꾸는 데 쓰기 시작한 캡스락(Caps Lock) 키다. 본래의 의미를 거의 지우고 아예 ‘한/영’으로 새겼다. 미국에서는 큰 변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한영 전환을 위해 ‘커맨드(Command)’와 스페이스바를 함께 누르던 기존 습관을 ‘콘트롤(Control)’과 스페이스바로 옮기고, 다시 이를 캡스락을 병행하면서 결국 단축키를 바꾼 바 있다. 그리고 이를 키보드에 새기는 것으로 단축키의 변화를 마무리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커맨드 키와 스페이스바를 눌러 바꾸는 게 익숙해져 있지만 새로 맥을 접한다면 키 하나로 바꾸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단축키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기억하고, 늦게 잊기 때문에 변화는 조심스럽다.

여전히 이 맥북 프로의 핵심은 터치바에 있다. 터치바를 처음 발표로 접했을 때는 놀라웠고, 실제 제품을 쓰면서는 적지 않은 재미 요소가 됐다. 그리고 어느새 터치바는 꽤 중요한 입력 장치가 됐다. 터치바는 꽤 과감한 시도였다. 그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마 이를 단순히 버튼을 가상화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면 이전 기능키와 특별히 다르게 받아들여지진 않았을 것이다.

 

2016년 맥북 프로(왼쪽)과 2017년 맥북 프로(오른쪽). 마킹이 달라졌지만 배치나 키보드의 기능이 달라진 건 아니다.

2016년 맥북 프로(왼쪽)과 2017년 맥북 프로(오른쪽). 마킹이 달라졌지만 배치나 키보드의 기능이 달라진 건 아니다.

 

터치바는 반년만에 또 하나의 입력장치이자 터치 디스플레이로 역할을 잡았고, 애플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를 비롯해 대부분의 맥용 앱들이 이 입력장치를 활용하면서 터치바는 서서히 의미를 갖게 됐다. 더불어 각 앱들도 숨겨진 기능들을 더 쉽게 앞으로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 가라지밴드(Garage Band)의 경우 터치바를 통해 코드를 넣거나, 신디사이저 음을 조정할 수 있고, 파이널컷 프로에서는 조그 다이얼을 대신해서 쓸 수 있는 아날로그 입력장치 역할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도 주요 단축키를 터치바에 넣으면서 단축키에 대한 오랜 고민을 그 어떤 PC보다 더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맥, 그리고 컴퓨터가 가는 방향성

지난해 새 맥북 프로가 등장하면서 터치바는 확실한 ‘킬러’였고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단기간에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앱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주요 앱 중에서 터치바를 안 쓰는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개선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오래된 리거시(legacy)를 바꾸는 것인데, 적어도 맥OS에서는 새로운 입력 방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생각해보면 USB-C 논란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늘 급한 변화가 입에 오르내리긴 하지만 이유 있는 변화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운 듯하다.

 

맥북 프로에는 USB-C 4개가 달려 있다. 여전히 SD카드 슬롯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맥북 프로에는 USB-C 4개가 달려 있다. 여전히 SD카드 슬롯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키보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해보자. 맥북과 맥북 프로에 쓰인 키보드는 아주 얇게 눌리면서 손에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긴 한데 키보드를 빨리 치면 소음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키보드에 변화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소음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기존 키보드를 누르던 습관도 소리를 더 크게 하는 것 같다. 보완이 있으면 좋겠다.

제품을 세분화해서 가짓수를 늘리는 최근 애플의 움직임에서도 전문가와 일반 시장 양쪽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어주는 게 맥북 프로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지금의 애플은 맥 중에서 맥북 프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이 맥OS를 놓고 생각하는 그림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제품이 맥북 프로라는 이야기다.

글 / 최호섭 ( work.hs.choi@gmail.com)

원문 : Plu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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