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 리뷰] 아이폰 X

 

‘미래와의 조우’ – 아이폰 X의 슬로건

뭔가 거창하다. ‘미래와의 조우’라니. 그까짓 스마트폰에 어떤 미래가 있길래 애플은 이런 슬로건을 붙인 걸까? 사실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사전 예약 첫날이 되자 언제 고민했냐는 듯이 바쁜 일정 속에 주문했고, 배송이 밀려 손에 쥔 건 국내 정식 출시가 지난 12월 초였다.

텐이라고 읽어야 하지만 X로 읽게 되는 아이폰 10주면 모델. 어느덧 사용한 지 두달가량 되었다. 그동안 아이폰 X를 쓰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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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안 예쁜 건 처음

아이폰 3GS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폰 4를 제외하곤 매년 새 아이폰을 사용해 왔다. 매번 새 아이폰을 마주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온라인에서 사진으로 접했을 때 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물을 보기 전 외형에 대한 판단은 항상 유보해 왔다. 아이폰 X 또한 마찬가지였다.

실물을 처음 접한 건 국내 출시 전이었고, 처음으로 아이폰이 사진보다 실물이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초 제품이 배송되었고, 실사용을 하면서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처음 접한 아이폰 X 색상은 실버였고, 지금 쓰는 있는 모델은 스페이스 그레이다. 측면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쓰는데, 실버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의 반짝임은 세련되기보단 오히려 촌스러워 보인다.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을 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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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그레이의 경우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에 같은 색을 입혀 놨다. 촌스러운 반짝임을 안 봐도 된다. 일종의 도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물리 증착법이라는 공정을 사용했다. 도금은 금속 원이 녹아 있는 전해질 같은 용액에 물체를 담가 금속 막을 입히지만, 증착은 기체화된 금속 원으로 박막을 만든다. 애플은 알루미늄을 사용할 때 아노다이징 공법을 쓰지만, 스테인리스 스틸은 이를 쓸 수 없다.

도금은 쉽게 표면이 벗겨진다. 그러다 보니 아이폰 X도 그러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가 있다. 애플은 이미 애플워치 시리즈 2 때부터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에 스페이스 블랙 색을 입힌 모델을 판매해 왔다. 시리즈 3을 판매하고 있는 지금까지 매일 차게 되는 애플워치에서 표면이 벗겨지는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아이폰 X에서도 일상적인 사용에서는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 아직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표면이 벗겨지는 문제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아이폰 6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전면 홈버튼이 사라지고, 앞뒷면 모두 새로운 소재인 글래스를 쓰고 있다. 그런데도 외형 룩앤필은 아이폰 6에 기반을 둔 모양새다. 6, 6s, 7을 모두 사용한 나로서는 신선함이 크지 않았다.

여기에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 때문에 만들어진 화면 상단 디자인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옥의 티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때는 괜찮다가도 어떤 때는 애써 무시해야 할 만큼 거슬려 눈에 밟힌다.

 

친구처럼 나를 알아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에는 적외선 카메라, 투광 일루미네이터, 근접 센서, 주변광 센서, 스피커, 마이크, 7MP 카메라, 도트 프로젝터 등 많은 부품이 집약되어 있다. 어떤 측면에선 이 협소한 공간에 이들을 모두 담아낸 게 좀 신기해 보일 정도다. 하단 버튼을 없애긴 했지만, 전면에 쓰이는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를 담아내기 위한 공간은 필요하고, 이를 상단 일부를 포기해 구현해 놓은 셈이다.

전면 홈버튼이 사라졌다는 말은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도 더이상 없다는 뜻이다. 대신 애플은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 ID를 아이폰 X에 넣었다. 사실 얼굴 인식은 이미 예전부터 활용되던 기술이고, 스마트폰에도 적용된 바 있다. 다만 스마트폰에 적용된 얼굴 인식은 사진으로도 풀려 버릴 만큼 낮은 보안성으로 잘 쓰이지 않고 있다.

이는 2D 스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페이스 ID는 3D 스캔과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보안성을 대폭 높였다. 애플이 밝히길 터치 ID가 타인에 의해 풀릴 가능성이 5만분의 1이라면, 페이스 ID는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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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방식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아이폰을 깨우게 되면 적외선 카메라가 켜진다. 적외선 카메라는 먼저 사람 얼굴인지 아닌지를 파악한다. 얼굴로 인식하게 되면, 도트 프로젝터가 약 3만 개의 적외선 점을 뿌린다. 이후 적외선 카메라는 얼굴에 비친 점을 촬영해 입체적인 얼굴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그동안 2D에 그쳤던 얼굴인식을 애플은 3D로 만들어 놓은 것.

흥미로운 건 페이스 ID 작동 방식이 아니다. 3D로 활용함으로 인해 얼굴 인식 그 자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얼굴 윤곽, 표정 등을 파악해 종합적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모자나 선글라스를 써도, 화장하고 머리 모양을 바꾸어도 인식을 한다.

지문 인식은 기계에게 ‘내가 너의 주인이야’라고 지문을 찍어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 ID는 알려줄 필요 없다. 그냥 알아본다. 모자를 쓰고, 안경을 써도 나를 쉽게 알아보는 친구처럼.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생체인식이 아니라 사람을 알아보는 시대가 비로소 시작된 셈이다. 지금은 아이폰에 쓰였지만, 앞으론 자동차 키를 꺼내지 않아도,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나를 알아보고 문을 열어 주게 될 것이다.

 

애플의 OLED 조련법

패널은 드디어 OLED를 도입했다. 해상도는 무려 2436×1125로 PPI는 458이나 된다. 아이폰 중에선 가장 해상도가 높다. 애플은 이 화면을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지어 놓고선, 촌스럽게 슈퍼를 붙인 건 왜일까?

제조는 알려진 바와 같이 삼성전자가 맡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모바일용 OLED를 만들어왔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OLED 기술은 계속 발전해 왔음에도 여전히 픽셀이 타서 자국이 남는 번인은 큰 단점이다. 아이폰 X 또한 번인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LCD도 과거엔 번인에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은 완벽에 가깝게 해결되었다. 언젠가는 OLED도 이를 극복할 기술이 나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무척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애플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iOS에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놨다. LCD에 비해 최대 밝기는 낮추고, 주변 환경에 따라 화면 색온도를 조정하는 투루톤 기능을 적용하고, 1분이었던 자동 잠금 시간은 30초로 줄였다. 그런데도 번인에 신경쓰여 버튼을 눌러 화면을 매번 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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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표현력은 확실히 좋다. 스스로 발광하는 소자를 사용하다 보니 짙은 어둠을 제대로 표현하고, 색 표현 범위가 넓어 세밀하게 보여준다. 영상의 HDR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선 OLED가 필수다. 애플은 이런 OLED의 장점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돌비 비전, HDR10도 지원한다. HDR 영상을 재생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테다.

이런 OLED의 특성 때문에 제조사들은 비비드를 기본 색설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비비드는 밝고 선명한 색감을 말하는데, OLED에선 이를 잘 표현하다 보니 LCD보다 엄청 화면이 쨍해 보인다. 소비자가 화면이 더 좋아졌다는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색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인위적이어서 오히려 거부감이 컸다.

다행히 애플은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기본 화면에서는 아이폰 8과 나란히 두고 보아도 아이폰 X의 화면이 튀지 않는다.

 

사라진 스티브 잡스의 유산

아이폰의 홈버튼은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내놓을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존재해 왔다. 홈버튼 없는 아이폰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홈버튼이 아이폰 X에는 없다. 이 때문에 조작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새 아이폰이 나올 때 마다 새롭게 추가되는 기능을 익히곤 했지만, 홈버튼을 중심으로 짜여있는 사용자 경험은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폰 X는 그 근본을 부숴버렸다. 이 때문에 사용자 경험 전반을 새롭게 익혀야 한다.

처음 아이폰 X을 손에 쥐었을 땐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이는 몇 시간이 가지 않았다. 금방 거부감은 사라졌고, 지금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의식중에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아이폰 X의 제스처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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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버튼의 제거는 애플로서도 큰 모험이다. 10년 걸쳐 쌓아온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날려 버린 것이다. 아이폰 8을 동시에 내놓았다는 점은 이런 두려움이 반영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경험과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내놓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스티브 잡스라면 ’너넨 이걸 좋아하게 될 거야. 그냥 사서 쓰면 돼’라는 마인드로 아이폰 X만 내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리를 따지는 팀 쿡은 이런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아이폰 X를 구매함에 있어 가장 큰 고민 요소는 가격이 아닐까 싶다. 2달가량 써본 아이폰 X는 무척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걸 사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다른 이야기다. 분명한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 나가는 시작점에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아이폰이 변화해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가치는 있는 제품이 아이폰 X이다.

글 / 레미 (lemy3048@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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