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드론쇼와 네트워크 기술의 미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화제 중 하나는 1218대의 드론이었지요. 낯선 형태의 쇼이다 보니 인텔이 주도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무대가 되면서 이 드론쇼가 5G 네트워크로 이뤄졌다는 오해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드론이 직접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쇼가 보여주는 기술이 새로운 네트워크가 보여주려는 네트워크 기술의 방향성과 관련지어볼 수 있습니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자리를 잡아갈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이야기를 시리즈로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5세대 이동통신의 연결과 속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이제 올림픽의 의미는 단순히 운동 선수들의 순위 싸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스포츠 자체가 커다란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그 안의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팬 입장에서는 매번 국제적인 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재미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KT를 비롯해 인텔과 노키아,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술 기업들이 5세대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를 비롯한 온갖 기술을 두고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올림픽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시작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키 슬로프를 수놓은 1200여 대의 드론입니다.

드론은 딱딱한 기술로 꼽혀 왔지만 올림픽이라는 콘텐츠를 만나면서 전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와 닿았을 겁니다. 드론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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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진화하는 스포츠 시장

스포츠 중계는 그 자체로 커다란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기를 TV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요즘의 흐름입니다. 그 안에는 갖가지 기술들이 접목되지요. 그 동안 우리가 어렵게 느끼던 기술들이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콘텐츠를 만나 대세로 자리 잡는 겁니다. 2002년 월드컵은 HDTV를 이끌었고, 2012년 올림픽은 3DTV를 제시했지요.

2018년을 계기로 이 스포츠 시장은 크게 변화할 겁니다. 몇 가지 기술이 드디어 기대했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드론, 가상현실,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입니다. 이제는 지겨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 통신 시장이 지난 몇 년 동안 매달렸던 축제입니다. 5세대 이동통신의 시범 서비스 무대로 꼽혔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형태의 중계 시스템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또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1000분의 1초를 가르는 올림픽은 가장 좋은 무대가 될 겁니다. 고성능 컴퓨팅 기술과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다시 1218대의 드론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이 드론 쇼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인텔의 기술로 만들어졌습니다. 100대로 시작한 인텔의 드론 쇼는 300대와 500대를 넘어 1200대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드론 쇼가 며칠동안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드론 그 자체의 화려함도 있지만 그 뒤에 들어간 기술들도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리 IT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드론 1200대가 어떻게 부딪치지 않고 스노보드와 오륜기 형상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궁금함을 가졌을 겁니다. 이미 엄청나게 쏟아진 뉴스들을 통해 대강의 기술이 공개되긴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이 드론 기술은 그리 간단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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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이 드론은 인텔이 편대 비행을 하기 위해 짜낸 온갖 기술을 품었습니다. 특히 1200여 대의 드론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다양한 센서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핵심은 카메라를 사람의 눈처럼 쓰는 컴퓨터 비전 기술에 있습니다.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읽을 수 있는 인텔의 리얼센스 카메라가 이 역할을 맡습니다. 다른 드론이 가까이 오면 알아서 피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각 드론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밀한 GPS 안테나가 들어가 있습니다. 각 드론들은 스스로 현재 좌표가 어디인지, 주변에 어떤 드론이 가까이 있는지를 체크하면서 주어진 명령대로 움직입니다.

 

통신 기술의 새로운 요구, ‘응답 속도’

드론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드론 제어입니다. 이 드론들은 현장에서 직접 하나하나 손 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치밀하게 짜여진 동선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제온 프로세서가 들어간 컴퓨터 한 대로 이 드론들을 모두 통제하는데, 중요한 것은 각 드론이 제어 컴퓨터와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빠른 통신 수단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빠르다’는 의미는 우리가 흔히 통신에서 이야기하는 ‘영화 한 편을 10초만에 내려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드론과 컴퓨터 사이에 신호가 도달하는 속도를 말합니다. ‘응답속도’나 ‘지연속도’ 혹은 ‘레이턴시(Latency)’라고 부르는 바로 그 속도입니다.

특정 드론이 비행중에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경우에 그 신호가 제어 컴퓨터로 전해지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미리 짜여진 방식으로 처리해 다시 명령을 내리는 데에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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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자율주행 자동차와도 연결되기도 합니다. 앞에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고장나서 멈춘다거나,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사고가 나면 이를 알지 못한 뒤 차량들이 잇달아 2차, 3차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영종대교와 서해대교 사고처럼 안개가 껴서 시야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운전자로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험 신호를 주변 차량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가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응답속도, 그러니까 실시간 통신의 중요성은 세상이 더 많은 기기로 연결될수록 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응답속도는 얼마나 빨라져야 할까요? 보통 실시간이라고 하면 10밀리초, 즉 100분의 1초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쓰는 LTE 통신은 보통 30밀리초, 100분의 3초 정도의 응답 속도로 통신할 수 있습니다.

무선랜은 이보다 훨씬 빨라서 보통 4~5밀리초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인텔이 드론을 설계할 때도 이 두 가지 통신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지요.

무선랜은 응답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주변에 기기가 많지 않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무선랜은 2.4㎓와 5㎓ 대의 일부 주파수를 쪼개서 씁니다. 이 때문에 기기 수에 제한이 있고, 주파수가 서로 충돌을 일으킵니다. 주변에 있는 기기는 서로 방해 전파를 날리는 셈이 됩니다.

더구나 누구나 스마트폰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에 보통 와이파이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지하철 와이파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반면 LTE는 코드를 나누어서 전송하기도 하고, 통신 신호의 주기를 엇갈려서 데이터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아주 많은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도록 설계 되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응답 속도가 30밀리초로 ‘실시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느린 편입니다.

 

인텔의 또 다른 드론인 팰콘8. 인텔이 드론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 자체가 또 하나의 통신 기술에 기반한 컴퓨팅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인텔의 또 다른 드론인 팰콘8. 인텔이 드론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이 자체가 또 하나의 통신 기술에 기반한 컴퓨팅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그 동안 드론의 수를 100대에서 300대, 500대로 차근차근 늘리면서 상황에 따라 무선랜과 LTE 신호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2.4㎓대 주파수로 작동하는 전용 무선랜 통신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자세한 기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주파수 간섭 없이 1200대의 기기와 통신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무선랜 기반의 통신 규격을 사용했습니다.

나탈리 청 드론 라이트쇼 그룹 매니저는 “대용량의 트래픽이 필요 없기 때문”에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텔은 바람이나 온도 등 주변 환경만 만족하면 드론의 수를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인텔이 이 드론 쇼를 주도하는 이유도 바로 이 통신 기술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은 이 두 가지 통신 기술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문제가 풀린다면 여러 기업들이 안전하게 더 많은 드론을 함께 날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실시간 통신 기술로 기기 사이의 지연 속도가 줄어들면 자율주행 등의 기술도 큰 변화를 맞습니다. 앞서가던 차량이 사고로 멈추면 뒤 1천분의 1초 안에 뒤 따라오던 다른 차들도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개념을 보여주는 시연입니다.

실시간 통신 기술로 기기 사이의 지연 속도가 줄어들면 자율주행 등의 기술도 큰 변화를 맞습니다. 앞서가던 차량이 사고로 멈추면 뒤 1천분의 1초 안에 뒤 따라오던 다른 차들도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개념을 보여주는 시연입니다.

 

 

5G, ‘통신 환경의 가려운 부분들 긁어주는 기술’

5세대 이동통신이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만 집중되지 않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의 핵심 중 하나는 ‘초 저지연 통신’ 기술입니다. 영문으로는 Ultra low latency로 표기합니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완성되면 응답 속도는 0.25밀리초, 그러니까 10만분의 25초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눈 깜짝할 새’라는 말로도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은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처음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서비스로서 세상에 공개되는 무대입니다. 세계 최초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오륜기를 그려낸 1200대의 드론은 아직 소형 모뎀이나 안테나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서 기존의 통신 환경을 이용하긴 했지만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분명 5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해 더 많은 드론을 안전하게 날릴 수 있게 될 겁니다.

동계올림픽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선보일 겁니다. 이미 진부역에는 KT와 노키아 등이 유선 대신 5세대 이동통신을 이용해 데이터 전송을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무선랜 환경을 설치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안정적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망을 세웠습니다.

또한 경기장 곳곳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상현실 기반의 중계 기술, 시간과 공간을 담아내는 타임슬라이스, 여러 카메라 위치를 골라서 중계를 볼 수 있는 옴니 포인트 뷰 등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새로운 통신 기술이 만들어낼 환경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글 /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원문 : Plu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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