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5G, 핵심은 주파수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이 곧 우리 곁에 찾아옵니다. 바로 5세대 이동통신이지요. ‘세대’를 뜻하는 ‘Generation’을 따서 5G라고 부르는 겁니다. 너무 오랫동안, 또 많이 이야기가 되는 기술이다 보니 딱히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떠나 서비스로 보자면 이제 막 첫 발을 떼고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것이 5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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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을 뗐다’는 이야기는 기술의 표준이 이제 막 잡혔다는 의미입니다. 통신 업계에서 표준은 아주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이동통신을 쓰는 범위가 대체로 그 나라에 한정됐습니다.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고, 집을 떠나서 전화나 인터넷을 써야 할 이유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덩이가 큰 나라들은 주나 성마다 통신사와 통신 규격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세대 이동통신, 즉 3G 통신을 준비하면서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같은 이동통신사와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같은 통신장비 제조사, 그리고 인텔, 퀄컴 등 모뎀과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통합하기로 합니다. 그 이름이 바로 3GPP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입니다. 그래서 3G 기술은 되도록이면 전 세계 통신사의 통신 규격을 맞추기로 합니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이지요.

그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3G는 일단 주파수를 2.1GHz로 통일하고, 통신 방식도 WCDMA로 통합합니다. 물론 다른 기술을 쓰는 통신사들도 있긴 하지만 이 기술은 거의 ‘표준’이라고 할 만큼 통일됩니다. 그래서 어떤 휴대전화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문제 없이 쓸 수 있게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인터넷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로밍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동통신이 세계 어디에서도 이어지는 것이지요.

3G를 위해서 손을 맞잡았지만 3GPP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도 함께 개발했고, 앞으로 우리 앞에 깔릴 5세대 이동통신의 표준도 함께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첫 번째 기술 표준안인 5G-NSA(Non Stand Alone)가 확정되면서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은 5G인데, 간혹 그 뒤에 NR이 붙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관련된 논문이나 백서 등 전문자료일수록 5G NR이 더 눈에 띕니다. NR은 뭘까요? 싱거울 수 있지만 5세대 이동통신의 이름입니다. 의미는 ‘새로운 통신 기술을 뜻하는 ‘New Radi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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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의 또 다른 이름 ‘NR’은 ‘New Radio’의 약자다

 

이름을 들으니 더 싱겁다고 웃을지 모르겠네요.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새로 개발할 때는 의외로 이렇게 단순하고 때로 유치해보이는 이름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니까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더 멋진 이름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LTE라고 부르는 ‘롱텀 에볼루션(LongTerm Evolution)’도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설계할 때 한 번에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주파수를 확대하고, 기술을 확장해 나가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오랫동안 진화시키자’는 의미로 붙인 이름입니다. 사실 5세대 이동통신도 LTE의 진화 축에 놓여 있습니다. 게다가 당분간은 4G와 5G가 공존하기 때문에 LTE-NR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이번 표준 규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파수입니다. 사실상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주파수입니다. 주파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양이 아주 한정되어 있는 자원입니다. 석유나 석탄처럼 정말 그 양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파수마다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용도도 굉장히 한정되곤 합니다.

2G로 부르던 디지털 이동전화 시절에 SK텔레콤이 800MHz, 정확히는 850MHz대 주파수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 통화 품질에 우위를 점했던 바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기술력이 좋고 투자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도 있지만 SK텔레콤 외의 이른바 PCS 통신은 1800MHz대 주파수를 썼습니다.

얼마 차이 없는 것 같지만 주파수는 전파가 초당 진동수가 높을수록, 그러니까 그 대역을 뜻하는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다루기 어렵습니다. 특히 한 방향으로만 가려는 직진성이 강하고, 벽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튕겨나기도 합니다. 지하에서 잘 터지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것이 바로 이 전파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주파수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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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에 쓰이는 주파수들

 

그럼 좋은 주파수를 5G에 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700~2500MHz대 주파수는 이미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촘촘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서비스되는 2G부터 지상파TV, 군용 무전기 등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아예 나라마다 쓸 수 있는 주파수를 알아서 확보하고, 여러개의 크고 작은 주파수를 묶어서 통신 대역폭과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 기술로 꼽혔습니다. LTE-A의 핵심 기술인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이지요.

5세대 이동통신을 도입하는 이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주파수를 짜낼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미 업계는 4세대 이동통신에서도 주파수 확보로 홍역을 치른 바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안테나 기술도 발전해서 더 높은 주파수도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발굴된 5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가 바로 3.5GHz, 그리고 4.5GHz입니다. 수 십가지 주파수(밴드)가 한번에 제시됐던 LTE와 달리 새로 개척된 두 가지 주파수가 주인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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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이 윤곽을 잡으면서 안테나를 비롯한 기지국 기술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키아의 28GHz 밀리미터웨이브 안테나

 

우리나라는 3.5GHz를 주로 이용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장들이 3.5GHz로 5G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범서비스를 비롯해 이제까지 대부분의 테스트와 연구도 3.5GHz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4.5GHz 주파수를 쓰는 대표적인 시장은 일본입니다. 하지만 기술 구현에는 큰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노키아와 인텔은 이미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함께 4.5GHz에서 테스트를 마쳤고, 상용화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스마트폰 기기들은 별 문제 없이 3.5GHz와 4.5GHz대 주파수를 모두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주파수가 전부는 아닙니다. 이 외에도 600MHz 700MHz, 1.5GHz를 쓰기도 하고, 3.6GHz를 쓰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마 대부분의 국가들이 3.5GHz를 중심으로 새로운 망을 꾸립니다.

5G에는 또 하나의 주파수가 더 있습니다. 바로 밀리미터웨이브로 부르는 극초단파입니다. 28GHz와 39GHz대가 표준으로 꼽혔습니다. 이 주파수는 주요 서비스가 아니라 특수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보조 통신에 활용됩니다. 1초에 몇 기가바이트를 전송해야 하는 초고속 통신에 활용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다운로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재면 거의 1~2초에 다운로드가 끝나는 엄청난 속도입니다.

모뎀 기술도 소형, 양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곧 5G를 이용하는 스마트폰도 등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파수는 많이 쓰이지는 못할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주파수의 특성 때문인데, 28~39GHz 대의 주파수는 그 특성이 아주 까다롭습니다. 벽은 커녕 책 한권도 뚫지 못할 정도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유선 네트워크를 대신하는 특수 용도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글 / 최호섭(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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