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 랩탑 써보니: 마이크로소프트

 

그동안 하드웨어는 제조사가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둘을 모두 손에 쥔 회사는 애플이 유일했고, 많은 기업이 도전했지만 쓴맛만 봤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최근에 달라지고 있다.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고, 페이스북이 VR 기기를 만든다. 시장에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랫동안 군왕의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PC에 주로 사용되는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몇 년 전 처음으로 터치스크린을 넣은 2 in 1 PC ‘서피스’를 내놓은 건 의외의 일이기도 했고,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드디어 노트북 내놨다

서피스 역할은 변화한 윈도우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그 덕에 윈도우 PC에 터치스크린이 들어가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되고 있다. 하드웨어 명가라는 우스갯소리에 걸맞은 제품력을 지닌 탓인지 서피스 브랜드 또한 성장했고, 이제는 당당히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피스가 PC 이긴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에서 휴대용 PC라고 인식하는 일반적인 노트북을 만들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윈도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해도 PC 제조사와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었을 터. 하지만 이는 작년 5월까지 이야기다. 2017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처음으로 일반적인 형태의 노트북을 내놓은 것. 바로 ‘서피스 랩탑’이다.

서피스가 나온 이후 매번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체험을 해보곤 했지만, 언제나 결론은 내 업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걸 반복 확인만 했다. 그 덕에 이미 흥미가 떨어진 서피스였지만, 서피스 랩탑은 내 눈길을 끌 만했다. 오매불망 기다린 국내 출시, 올 1월이 되어서야 드디어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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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in 1만 만들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 외도를 한 제품은 ‘서피스 북’이다. 서피스 북 또한 노트북이다. 다만 단순한 노트북이 아닌, 디스플레이가 분리되는 형태다. 이렇게 분리한 상태에서도 온전히 단독으로 작동되며, 이를 위해 독특한 힌지를 적용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형태의 노트북은 아닌 셈.

하지만 서피스 랩탑은 흔히 노트북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런 전형적인 제품이다. 실제 제품을 몇 주 사용해 보니 꽤 마음에 든다. 서피스 DNA를 품은 디자인은 단단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잘 살렸고, 만듦새도 좋다. 세련된 느낌보다는 공학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외형으로 단정한 옷을 입은 공대생 같은 이미지다. 보면 볼수록 맥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며, 야무진 모습을 지녔다.

화면 크기는 13.5인치로 픽셀센스를 지원해 서피스 펜과 서피스 다이얼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터치도 지원된다. 해상도는 2256 x 1504로 201ppi다. 색 표현력이 나쁘지 않고, 화면도 선명하다. 코닝 코릴라 글래스 3를 적용해 내구성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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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1.25kg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맥북프로 13인치와 거의 비슷한 무게다. 알루미늄 소재와 특유의 디자인 덕에 꽤 묵직해 보이지만, 무거운 편은 아니다. 눈에 띄는 건 키보드 주변 소재다. 이름도 다소 생소한 ‘알칸타라’가 쓰였다.

알칸타라는 가죽처럼 보이지만, 가죽은 1%도 들어가지 않는 특수 합성 소재다. 부드러운 촉감을 지녔으며, 가죽과 달리 물에 강하다. 내구성, 내열성까지 갖추고 있어 고급 자동차에 주로 쓰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 서피스 프로 키보드에 알칸타라를 처음 사용했다. 이를 서피스 랩탑에 적용한 것. 타이핑해보면 손이 닿는 부분의 느낌은 확실히 좋다. 가죽도 아니고, 천도 아닌데 묘하다. 현재 맥북프로로 작업하고 있는데, 서피스 랩탑의 알칸타라가 그립다.

다만 언뜻 보면 손이 자주 닿는 부분에 때가 탈것 같은데, 다행히 땀이나 이물질 등에 변색이 잘 안 된다고 하다. 물론 그렇다고 때가 타지 않는 건 아니다. 지인이 사용하는 서피스 프로 알칸타라 키보드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손이 자주 닿은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좀 더 진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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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는 윈도우 10S

서피스 랩탑에 제공되는 운영체제는 윈도우 10이 아니고 윈도우 10S다. 곁으로 보기엔 윈도우 10과 다르지 않지만, 32bit나 64bit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없다. 윈도우 스토어 앱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만 보면 서피스 RT에 설치된 윈도우 RT가 생각난다. ARM을 사용해 만든 탓에 윈도우 스토어 앱만 사용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제품. 서피스 RT는 현재 사라졌고, 윈도우 RT 또한 없다. 다행인 점은 서피스 랩톱의 윈도우 10S는 윈도우 10 프로 무료 업그레이드가 된다. 그런 탓에 나 또한 서피스 랩탑을 꺼내고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윈도우 10 프로 업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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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10S는 윈도우 10의 별도 버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 버전을 쓰기 위해선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서피스 랩톱을 구매한 이 중에서 윈도우 10S를 그대로 쓸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테다. 그럼에도 굳이 윈도우 10S를 기본으로 설치해 놓은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윈도우 10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안전하고 관리하기 좋은 교육기관용으로 내놓은 버전이다. 하지만 결국 윈도우 RT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그룹 부사장 조 벨피오레가 트윗을 통해 내년이 되면 별도의 버전이 아닌 기존 버전의 ‘모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터치패드 이 정도는 되어야

윈도우 노트북을 쓰면서 가장 불만을 하나 꼽으라면 터치패드의 저질 반응이 아닐까 싶다. 맥북에서 마우스보다 더 쓰기 편한 터치패드를 경험하고 나면, 윈도우 노트북의 터치패드는 그냥 장식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피스 랩탑의 터치패드는 다르다. 윈도우 터치패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끄럽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윈도우 노트북에선 마우스가 필수였는데, 서피스 랩탑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마우스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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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또한 눌리는 맛이 꽤 좋다. 서피스 프로에서 쌓은 키보드 노하우를 서피스 랩탑에 아낌없이 부어 넣은 듯하다. 키의 크기와 그걸 고려한 배열은 알칸타라가 더해져 노트북 타이핑 눈높이를 한없이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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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 랩탑에서 가장 큰 불만을 꼽으라면 단자다. 겨우 3.1을 지원하는 USB-A 타입 단자 하나와 미니 디스플레이 단자 하나, 딱 2개 제공된다. 반대쪽은 충전 단자인데, 마이크로소프트 규격이다. USB-C 타입은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다. 충전 단자 위치에 충전을 지원하는 USB-C 타입 포트 2개를 적용했으면 어땠을까? 호환성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용 충전 규격을 굳이 써야 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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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노트북

노트북 시장을 들여다보면 100만 원 이하로도 얇고 가벼우며, 충분히 쓸만한 제품이 차고 넘친다. 노트북 시장에서 10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은 게이밍 노트북이 야금야금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나마 애플 맥북프로가 이 시장을 탄탄하게 가져가고 있는 정도다.

서피스 랩탑의 가격을 보면 맥북프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저가형 제품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용해본 모델은 i5/램 4GB/SSD 128GB로 가격이 125만 원이고, 최고가는 337만 원이나 한다. 그런데도 교육용 버전인 윈도우 10S를 설치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프로 버전 업그레이드를 무료로 지원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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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가 나온 지 5년 만에 일반 노트북이 나왔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제조사와의 관계가 조심스럽고, 이를 윈도우 10S로 묘하게 선을 그은 듯하다. 하지만 서피스가 그렇듯 서피스 랩탑 또한 기존 노트북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가격에 타협한 어정쩡한 제품이 아닌 제대로 된 윈도우 노트북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글 / 레미 (lemy304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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