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1초에 2GB씩 주고받는 밀리미터 웨이브

 

차세대 통신에 대한 기대는 보통 통신 속도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얼마나 빨라지는 건데?’라는 궁금증이 나오는 것이지요. 5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도 이 속도에 있습니다. 다만 그 빠르다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5G를 이야기할 때 속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관점으로 접근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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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IB

 

3세대 이동통신이 나온 이유는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휴대전화의 성능도 좋지 않았고, 모바일웹이나 서비스도 흔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이 망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이동통신은 전파를 통해서 데이터를 실어나르는데 그 안에 담길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요를 만들어냈지요. 당장 유튜브를 보는 것만으로 일반 전화 통화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의 데이터를 쓰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데이터의 수요가 처리량을 넘어선 것이지요.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불과 3~4년 전까지 3G 스마트폰을 쓸 때 지하철에서 네트워크가 잘 터지지 않던 것이 이런 이유지요. 이동통신은 수도물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3G는 아파트로 오는 수도관 자체의 굵기가 작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한 두 집이 세수하는 정도의 물은 문제가 없지만 동시에 100개 집에서 샤워를 하려고 하면 물이 잘 안 나오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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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미터 웨이브 기지국. 5G는 1초에 최대 20Gbps를 전송할 수 있으며 그 핵심 기술이 밀리미터 웨이브다.

 

인터넷의 속도, ‘빠르게’와 ‘많이’

4세대 이동통신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이 수도관을 두껍게 만드는 데에 있었습니다. 주파수는 보통 20MHz 단위로 잘라서 씁니다. 이게 하나의 수도관이라고 생각하면 이를 여러개 이어붙이면 더 ‘많은’ 물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써도 여유가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의 양, 그러니까 초당 내려받을 수 있는 데이터의 늘어납니다. LTE는 10MHz의 주파수로 75Mbps, 1초에 약 11MB 정도를 내려받을 수 있는데, LTE는 보통 이 주파수를 100MHz까지 묶을 수 있습니다. 1초에 500MB 이상의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는 셈이지요. 음악 파일 한 개가 5MB정도이고 CD 한 장에 640MB가 담기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전송 속도입니다. 흔히 이동통신사들이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데 몇 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지요.

이 ‘빠르다’는 개념은 데이터의 전송량이자, 곧 데이터의 전송 속도입니다. 그런데 통신의 속도에는 또 다른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응답 속도’입니다. 데이터 전송 속도의 발전은 대역폭을 높이는 것으로 ‘유량’을 늘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물이 빨리 나오는 ‘유속’도 중요합니다. 수도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는 것이지요. 이게 물을 쓸 때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아주 중요합니다. 데이터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되느냐의 문제이지요.

그러니까 온라인 게임에서 적에게 총을 쐈을 때 총알이 얼마나 빨리 날아가는지에 대한 속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를 ‘응답 속도’라고 부릅니다. 3세대에서 4세대로 넘어갈 때는 이 응답 속도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늘어나는 데이터의 양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이지요. 3G나 LTE는 보통 30ms(밀리초)의 응답 속도를 냅니다. 데이터가 서버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3초(1000분의 30초) 정도 되는 겁니다. 이는 곧 온라인 게임에서 총알이 적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분의 3초고, 전화통화를 할 때 내 목소리가 친구에게 닿는 데도 100분의 3초가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변 상황에 따라서 실제 속도는 그보다 더 느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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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밀리미터 웨이브 장비.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상용화를 내다보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의 숙제는 1ms(1천분의 1초)로 줄이는 겁니다. 지연 시간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자율주행 차량이 길 앞의 상황에 대응하려면 이 정도 속도는 되어야 합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은 1초면 약 28미터를 달립니다. 1ms면 2.8cm정도를 달리는 시간입니다. 이쯤 되면 안전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실시간 통신이라고도 말합니다. 지연 속도가 없어지면 화상 회의는 물론이고, 가상현실 등의 가능성이 넓어집니다. 그리고 원격으로 자동차 대리운전을 한다거나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로봇 팔로 응급 환자를 수술할 수 있습니다. 통신의 역할이 또 한 번 달라지는 겁니다.

 

주파수의 마술, 유선보다 빠른 무선

물론 5G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역폭에도 있습니다.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실어날아야 하는 것도 통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래서 통신 업계는 5G가 널찍한 주파수, 그러니까 넓은 배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주파수를 발굴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 이야기했던 3.5GHz대 주파수가 바로 그것이지요.

그런데 5G는 더 나아가 유선 네트워크를 대체할 목적도 갖고 있습니다. 꼭 빠른 네트워크가 유선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전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역폭만 충분하다면 무선이 유선보다 더 빨리 통신하는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일단 5G는 기본 3.5GHz~4.5GHz대에서 꽤 넉넉한 주파수 대역폭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도관이 널찍해서 한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실어나를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이 동시에 써도 지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 빠른 서비스가 하나 더 붙습니다. 바로 ‘밀리미터 웨이브’로 부르는 ‘초 고주파 통신’입니다.

데이터를 한번에 많이 보내려면 주파수의 폭이 넓어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통신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다루기 쉬운 주파수는 아주 한정적입니다. 500~2.6GHz정도가 이제까지 주로 썼던 주파수들인데, 이 안에는 2G부터 3G, LTE, TV를 비롯해 비행기나 군사용 등 빈 틈 없이 촘촘하게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주파수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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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쓸 수 있는 주파수는 이미 대부분 역할이 정해져 있다.

 

이 밀리미터 웨이브 기술은 현재 기술로는 아예 쓰이지 않는 주파수를 발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8GHz가 대표적입니다. 이 주파수는 1초에 280억 번 진동합니다. ‘밀리미터 웨이브’라는 이름도 주파수의 진폭이 밀리미터 단위로 작기 때문에 나온 이름입니다. 5G의 별명인 NR(New Radio) 만큼이나 허무한 이름이지요. 이보다 더 높은 대역폭의 주파수는 ‘마이크로 웨이브’라고 부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 주파수입니다. 진동수가 아주 높은 주파수로 물을 데울 수 있기 때문에 여기부터는 통신에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주파수가 왜 비어 있었을까요? 특성이 안 좋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주파수는 진동수가 높아지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휘거나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집 안이나 지하는 커녕 벽 하나를 뚫고 통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대신 28GHz 주변은 거의 주파수가 비어 있기 때문에 아주 넓은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직접 비교해보는 게 좋겠네요. 데이터 전송 속도에는 신호대 잡음비 등 손실을 일으키는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이상적인 상태에서는 주파수의 대역폭에 비례합니다. 3G는 보통 2.1GHz대에서 통신하는데 대역폭은 5MHz의 주파수를 씁니다. LTE는 기본 주파수가 10MHz고 현재는 이 주파수를 여러개 묶어서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5G의 기본 주파수인 3.5GHz 대에서는 기본 100MHz의 대역폭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28GHz 대 밀리미터 웨이브는 무려 1GHz, 즉 1000MHz의 주파수 대역폭을 갖습니다. LTE는 3G보다 기본적으로 2배, 그리고 5G는 다시 LTE의 10배, 그리고 밀리미터 웨이브는 그 보다도 10배 많은 대역폭을 확보했습니다. 기본적으로 LTE보다 100배 정도 넓은 주파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5G는 똑같은 주파수 대역폭 안에서도 전송 효율이 더 높아집니다. 아직 확실한 성능 규격이 나오지 않았지만 3.5GHz대 100MHz 주파수 대역폭으로 2Gbps, 즉 2000Mbps의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밀리미터 웨이브는 이보다 10배인 20Gbps의 속도가 이야기됩니다.

실제로 밀리미터 웨이브는 실험실에서 25~30Gbps까지 속도가 나기도 합니다. 요즘 가장 빠른 인터넷 망이 이른바 ‘기가랜’으로 부르는 유선 기가비트 인터넷입니다. 그런데 이 무선이 이보다 20배 이상 더 많은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셈이지요.

 

스마트폰보다 네트워크 변화에 기대

아쉬운 것은 이 통신에 당장 그렇게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밀리미터 웨이브는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하다가 고개를 돌리면 전화가 끊어질 정도입니다. 전파가 멀리 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기지국이 거의 집집마다 공유기를 놓는 것 이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네, 이 밀리미터 웨이브는 5G의 전부가 아니라 아주 특수한 상황에 활용하는 통신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일반 5G에 쓰는 3.5GHz만 해도 LTE보다 기지국을 훨씬 더 많이 깔아야 하는데 밀리미터 웨이브를 전국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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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LTE 기지국 커버리지 지도. 통신사당 10만 개 이상의 기지국이 전국을 거의 빈 틈 없이 메우고 있다. 5G는 이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스마트폰에 들어갈 가능성은 더더욱 낮습니다. 모뎀이나 안테나 기술도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3.5GHz대 5G만 해도 이미 다운로드 속도가 지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그리고 LTE와 마찬가지로 그 대역폭이 부족하면 새로운 주파수를 더 붙이면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통신에 기대하는 ‘속도’ 개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영화나 유튜브를 볼 때 한 번에 통째로 내려받아 보거나 게임을 내려받는 정도는 정도의 속도로도 그리 부족하지 않습니다. 5G가 세상을 바꿀 기술의 흐름은 전송 속도보다 응답 속도에서 더 많이 나올 겁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가 만들어줄 초고속 무선 통신은 땅 속에 깔리는 전선을 줄이고, 선이 닿기 어려워서 생기는 통신 음영지역을 줄일 수도 있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5G 기술이 인터넷 격차를 줄이는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선 없는 인터넷 세상이 우리 집과 학교, 사무실 환경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또 다른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갈 겁니다.

글 / 최호섭(work.hs.choi@gmail.com)

원문 : [세상을 바꿀 5G 이야기] ② 1초에 2GB씩 주고받는 밀리미터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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