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와 SA, 5G의 진짜 가짜?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는 이제 약간 잔소리처럼 들릴 것 같습니다. KT를 비롯해 노키아, 인텔, 퀄컴 등의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스포츠 축제를 무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지요.

국내 통신사들은 이를 두고 ‘세계 최초’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우리는 한 번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까요? 바로 ‘시범 서비스’라는 부분입니다. 시범 서비스라는 말은 아직 일반에 꺼내 놓는 상용 서비스를 앞둔 시험 수준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실험이 아니라 시험이지요. 시범 서비스라고 해서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장 팔 수 있는 스마트폰, 기지국, 네트워크 장비 등의 포장이 갖춰지지 않았을 뿐 큰 틀에서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5G 서비스가 이렇게 이뤄질 거야”라는 예고편인 셈이지요.

 

5G 표준 규격, 정해진 걸까 아닐까?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통신 규격을 정하는 3GPP는 5G의 첫번째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5G NSA’라는 이름으로 공개됐지요. 애초 2018년 중순에 표준이 공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거의 반년을 앞당긴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표준 규격의 일부가 먼저 정리된 겁니다. 그래서 아직 ‘진짜 표준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5G의 기술 표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기술 표준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의 첫 이야기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 안에는 주파수 규격부터 상세한 통신 방법 등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적으로 이 약속에 따라 통신망을 만들면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들을 묶어서도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규격은 LTE나 5G 기술을 정하는 3GPP만이 정할 수 있습니다. 기술 표준은 3GPP가 정하고, 그 첫 번째 단추는 이미 시범서비스로 꿰어진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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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PP의 5G 규격. 릴리즈 15부터 5세대 이동통신이다. 차세대 망에는 워낙 들어가는 기술이 많다 보니 기술 표준도 나뉘어서 정해진다.

 

그런데 이 표준 기술은 ‘5G NSA’, 혹은 New Radio라는 별명이 함께 붙어서 ‘5G NR NSA’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NSA를 검색해보면 영화에도 자주 나오는 미국 국가 안보국이 먼저 뜨지요. 5G에서 쓰는 NSA는 Non Stand Alone의 약자입니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혼자 작동하지 않는 5세대 이동통신’이라는 의미가 될 겁니다.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LTE와 함께 쓰는 5G’라고 보면 됩니다.

네, 아마도 처음 5G는 LTE와 함께 쓰이게 될 겁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5G가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는 LTE로 인터넷에 접속이 될 것이고, 전화통화 역시 당분간은 LTE를 이용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신의 안정성 때문입니다.

5세대 이동통신은 3.5GHz, 혹은 4.5GHz대의 높은 주파수로 통신하게 됩니다. 이 주파수는 아직 한 번도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이 이 주파수를 제대로 활용해 본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파수가 높아지면 통신 특성은 더 안 좋아집니다. 벽을 뚫지 못하고, 전파가 휘어지지도 않습니다. 지하에서 잘 터지지 않거나 잘 끊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통신사로서도 안정적으로 망을 운영하려면 기지국을 더 많이, 촘촘히 깔아야 합니다.

 

LTE 와 공존하는 5세대 이동통신

하지만 서비스 초기에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망을 잘 깔기 어렵습니다. 통신사들이 투자를 게을리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LTE 기지국은 통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각각 30만 개 가량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다시 처음부터 망을 새로 깔아야 합니다. 주파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설비 위치나 규모도 전혀 다릅니다. 무엇보다 멀리 가지 못하는 5G의 주파수 특성상 적게는 4배, 많게는 18배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통신사마다 120만 개, 심하면 거의 600만개가 깔려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5G의 통신 설비를 통신 3사가 함께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요.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해도 1백 만여개의 기지국을 단숨에 세우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지하나 건물 안까지 모두 주파수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도화지를 한 가지 색으로 칠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색을 대강 칠하고, 나중에 반복적으로 덧칠을 해서 도화지의 흰 색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주파수가 닿는 범위는 ‘커버리지’라고 부르는데, 제대로 커버리지가 잡히려면 2~3년은 걸립니다. LTE도 초기에는 기지국 10만개 정도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서서히 그 수를 늘려서 30만개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 통신의 핵심은 안정성입니다. 네트워크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접속이 안 되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특히 전화 통화의 경우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접속이 안 되면 아주 치명적이지요. 얼마 전 3시간 가량의 전화 불통이 낳은 혼란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안정적인 이전 세대 네트워크를 함께 씁니다. 지금 LTE 스마트폰도 여전히 3G 통신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LTE 접속이 잘 되지 않으면 3G로 바뀌기도 합니다. 특히 LTE는 전화통화에 대한 기술이 초기에 정해지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3G의 전화 통화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LTE로 인터넷을 쓰다가 전화 통화를 할 때는 3G로 네트워크를 바꾸는 것이지요.

 

5G_2-2

5세대 이동통신은 한번에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았다. LTE처럼 여러가지 기술이 이전 세대 통신망과 더불어 서서히 완성된다.

 

 

목표는 5G만으로 통신하는 것

하지만 LTE 기지국이 빈틈 없이 촘촘히 세워지고 연결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3G 없이도 LTE만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VoLTE(Voice over LTE) 기술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고, 해외에서는 아직도 LTE를 전화에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5G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NSA라는 기술과 이름이 붙게 된 겁니다. 5G 혼자(Stand Alone)만이 아니라 LTE를 함께 쓴다는 의미로 NSA라는 기술이 고민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언젠가 LTE 없이 5G만으로도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래서 LTE에 의존하지 않는 5G 규격이 곧 다시 나옵니다. 그게 바로 올 중순에 발표될 ‘5G SA’라고 부르는 표준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NSA를 가짜 5G, SA를 진짜 5G라고 부를 이유는 없습니다. 5G SA가 자리를 잡아도 LTE는 계속해서 함께 쓰이고 NSA 관련 기술도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가 더 이상 3G를 쓰지 않지만 보조망으로서 3G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재난이나 사고 등 LTE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보조 통신망이 연결을 놓치지 않도록 보조하게 될 겁니다. 나중에 5G 스마트폰을 쓰다가 갑자기 LTE로 바뀌어도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5G NSA는 지난해 12월에 규격이 확정됐고 최근 5G NR NSA ASR.1이라는 복잡한 이름의 관련 개발 환경과 도구가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올 6월즈음 5G SA규격이, 그리고 올 가을에 5G SA의 개발환경과 도구가 나올 계획입니다.

글 / 최호섭(work.hs.choi@gmail.com)

원문 :  [세상을 바꿀 5G 이야기] ③ NSA와 SA, 5G의 진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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